능력과 노력보다 운과 복이 일의 결과를 좌우하는 수가 많다는 얘기다. 운칠기삼이란 말은 괴이문학의 대가로 불리는 중국 작가 포송령(蒲松齡,1640~1715)의 저서 '요재지이(聊齋志異)'중 한 작품에서 비롯됐다는 건데 내용인즉 이렇다.
한 선비가 자신보다 못한 사람도 버젓이 과거에 급제하는데 자신은 계속 떨어지자 옥황상제에게 쫓아가 따졌다. 옥황상제는 정의의 신과 운명의 신에게 술 마시기 내기를 시켰다. 정의의 신이 석 잔,운명의 신이 일곱 잔을 마시자 옥황상제는 세상사엔 정의보다 운명의 힘이 작용하는 일이 많지만 3할의 이치도 있는 만큼 운이 모든 걸 지배하진 않는다며 돌려 보냈다.
일찌감치 재주를 인정받았지만 향시에 붙지 못한 포송령의 자전적 내용일 수도 있다는 이 얘기의 본령은 오늘날 항간에서 쓰이는 뜻과 다소 다른 셈이다. 운수 탓을 하게 되는 이유는 많을 것이다.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엉망이어서일 수도 있고,경쟁자가 잘 나가는 데 대한 시샘일 수도 있고,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스스로 납득할 길이 없어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원인이 없는 결과는 없다. 우연이나 뜻밖의 운으로 여겨지는 것도 들여다보면 언젠가 뿌린 씨앗의 열매인 수가 대부분이다. 홍콩 제일의 갑부인 리카싱의 말은 운도 스스로 만든다는 걸 전해준다. "남들은 내가 운이 좋아 여기까지 왔다고 한다. 내가 그 운을 잡기까지 죽도록 노력한 건 제쳐놓고 말이다. "
1월도 어느 새 막바지다. 최선을 다했는데 대학 입시나 취업에 실패할 수도 있고,잔뜩 기대했던 승진에서 탈락하거나 다 된 것같던 일이 틀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운 탓으로 돌리면 스스로의 잘못이나 부족한 부분을 챙겨볼 기회를 잃게 되고 그렇게 되면 목표는 점점 멀어진다.
성공은 운명이나 운수에 매이지 않고 자신을 믿고 끊임없이 목표를 향해 달린 사람의 몫이다. 운칠기삼에 상처받거나 체념할 게 아니라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재능으로 이뤄진다'는 '9901'과 쉬지 않고 계속하면 산도 옮긴다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자세로 뚜벅뚜벅걸어볼 일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