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국내 증시는 중국 및 미국발(發) 한파로 단기 조정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금융주의 실적 부진과 중국의 긴축 우려가 국내 증시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날 미국 증시가 이러한 이유로 급락한 것도 외국인들의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국내 증시의 조정 빌미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증시 전문가들 역시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해 왔던 코스닥지수가 전날까지 2거래일 연속 하락했고, 코스피시장 내 주도 업종으로 자리잡은 통신과 전기가스업종 등의 최근 상승률이 과도하다는 점을 들어 위험관리를 주문하고 있다.

국내 증시와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 주요 아시아 증시가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미국 금융주 실적부진과 관련해서는 미국 금융기관의 지난해 4분기 실적 예상치가 계속해서 하향 조정된 이유가 충당금과 정부 지원 자금상환이 4분기에 집중되는 것을 시장에서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인 만큼 우려할 사안은 아니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뉴욕증시는 일부 금융사의 부진한 실적 발표와 중국발 긴축우려가 겹치면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전날보다 122.28포인트(1.14%) 하락한 10603.15를 기록했다.
S&P500지수는 12.19포인트(1.06%) 내린 1138.04를 기록했고, 나스닥 종합지수도 29.15포인트(1.26%) 떨어진 2291.25로 장을 마쳤다.

미래에셋증권 "프로그램에 따른 조정은 매수기회"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프로그램 매도세가 코스피지수의 전고점 돌파를 막아서고 있지만 이는 계절적 요인에 불과한 만큼 매수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조혜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기관을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 매도세가 전날까지 8일째 계속되면서 지수 반등의 발목을 잡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러한 프로그램 매도는 단순한 계절적 효과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연말에는 연말랠리와 배당을 겨낭한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지수의 강한 상승이 이어지고, 이후 연초에는 그에 따른 차익실현 과정을 겪게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계절적 흐름의 반복이라는 설명이다.

조 연구원은 "2000년 이후 프로그램 월별 순매수 추이를 보면 2005년과 2008년을 제외하고 1월에 모두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면서 "최근 10년 간 1월에 평균 6700억원 규모의 프로그램 매물이 출회됐고 1월 이후에는 매도세가 완화됐다"고 강조했다.

프로그램 매도세가 지속되는 경우 투자자들은 증시 펀더멘탈(기초체력) 이상을 의심할 수 있지만 기업이익 수정비율 추이가 최근 반등하며 개선세를 보이고 있고 글로벌펀드 투자자금도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어 기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그는 "지속적인 프로그램 매물 출회에 대해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며 "오히려 프로그램 매도세에 의한 증시 조정이 있을 경우 이를 저가매수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증권 "중소형주 위험관리 구간 진입"

삼성증권은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매도세로 돌아서고 있어 단기 과열을 의심케 하고 있다며 중소형주에 대한 위험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연초에는 연말 배당을 노린 프로그램 매수 물량이 청산되는 대형주에 비해 중소형주가 상대적으로 강세 흐름을 보이는 것이 역사적 경험치이고 올해도 같은 상황이 재연됐다"면서 "하지만 최근들어 외국인과 기관이 전날까지 2거래일째 코스닥시장에서 1900억원 정도를 순매도한 것을 보면 분위기 반전이 감지된다"고 말했다.

단기 급등한 중소형주들의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주장이다.

박 연구원은 "단기 매매에 익숙한 투자자라면 소외업종의 대형주에, 장기 투자자라면 정보기술(IT)와 자동차 등 주도주에 대한 접근이 유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나대투증권 "美 금융주 실적부진, 우려사안 아니다"

하나대투증권은 미국 금융주(株)의 실적 부진을 오히려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밝혔다.

미 금융주들의 실적부진이 한국증시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금융기관 자체의 부실문제가 아닌 만큼 오히려 은행주를 사들여야 하는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유새롬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융기관의 지난해 4분기 실적 예상치가 계속해서 하향 조정된 이유는 충당금과 정부 지원 자금상환이 4분기에 집중되는 것을 시장에서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금융기관 자체의 부실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유 연구원은 "미국 금융주의 4분기 실적이 안좋다고 하지만 2010년 실적 기대감과 미국 자산가치 안정이 주가에 도움을 줄 것"이라며 "올해 실적 모멘텀 기대와 주가 반등 과정에서 소외됐던 점을 감안하면 은행주의 가격이 떨어질때가 매수 기회이고 국내 은행주 역시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올해 한국 은행업종이 다른 업종보다 상대적인 이익개선 강도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현재와 같은 저금리 기조로 수혜를 볼 수 있는 업종이 은행주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또 "국내증시가 등락을 거듭하며 지수 방향성을 못잡는 현재 장세에서는 개별종목에 관심을 갖고 시장에 접근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면서 "지난해 여타 업종 대비 수익률이 저조했던 기계와 통신 업종에도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고 말했다.

교보증권 "코스피, 전고점 돌파 가능"

교보증권은 코스피의 전고점 돌파는 가능하지만 강한 상승 탄력은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하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시장의 시선이 코스피의 전고점 돌파로 모아지고 있다"며 "기술적으로도 전고점 돌파 여부에 따라 코스피의 앞으로 방향성이 전개될 수 있어 중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상승 삼각형 패턴을 보이는 코스피가 전고점을 돌파할 경우 상승 추세가 지속되지만, 실패하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코스피 지수는 밸류에이션(가치 대비 주가) 매력과 외국인·연기금 등 양호한 수급 상황, 미국 기업 실적 개선을 호재로 전고점 돌파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상승 삼각형 패턴 후 저항선인 전고점을 돌파한다고 해도 지난해 7월 같은 강한 상승 탄력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이익 및 경기 모멘텀이 둔화되는 추세이기 때문"이라며 "최근 선행지수의 전년동월대비의 증가세는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이익수정비율도 0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풀이했다.

지수 1700 이상에서 유입된 펀드 자금의 이탈 가능성도 코스피 상승을 제한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최근 큰 폭의 상승 부담에도 불구하고 밸류에이션 갭 메우기를 보이는 전기가스, 통신업 등 특정 업종에 대한 관심은 단기적으로 유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이익모멘텀이 존재하는 IT(정보기술), 기계 업종 등도 양호한 흐름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