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최대 정보기술(IT) 도시 방갈로르.마이크로소프트와 IBM 건물에 이어 2000년 문을 연 GE의 기술센터가 눈에 들어온다. GE기술센터엔 4300명의 전문가들이 미래 기술 연구에 여념이 없다. GE의 전 세계 기술 인력 6명 중 1명꼴이다. 길레르모 윌리 이사는 올해는 인력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도 인도와 자유무역협정에 버금가는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이 올해 발효됨에 따라 기업들의 진출이 늘어날 전망이다.

◆엄청난 잠재력 가진 거대 시장

인도의 인구는 11억4800만명으로 13억명의 중국보다는 적다. 그러나 2030년이면 중국이 14억4000만명,인도가 14억4900만명으로 인구 수를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많은 인구는 곧 큰 구매력을 의미한다. 1인당 국민소득은 아직 1000달러 정도에 불과하지만 5000만명 정도로 추산되는 상류층의 경우 구매력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약 3억명으로 추산되는 중산층도 매년 1400만명 정도씩 증가하고 있다.

시장의 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인도는 인구 84명당 1대꼴로 자동차를 갖고 있다. 중국이 33명당 1대인 것을 감안하면 아직 차량 보급률이 낮은 편이다. 든든한 구매력 덕분에 인도는 금융위기 때도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했다. 유지상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법인 팀장은 "내수시장이 워낙 견고하기 때문에 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했던 2008년에도 6.7%의 성장을 기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고급 IT 인력도 풍부하다. 미국 전체 과학자의 12%,미국 항공우주국(NASA) 인력의 36%가 인도인으로 추산되고 있다. MS 직원의 34%,IBM의 28%,인텔의 17%도 인도인이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에 따르면 전 세계 500대 기업 중 5분의 1이 인도에 연구 · 개발(R&D)센터를,절반가량이 인도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을 아웃소싱하고 있다.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방갈로르에 있는 GE 기술센터는 미국 이외 지역에 있는 GE 개발센터 중 가장 크다. 1985년 인도에는 다국적기업의 R&D센터가 3개뿐이었지만 지금은 200개로 늘었다.

이정욱 현대자동차 뭄바이지점장은 "인도는 제품 한 개만 터져도 대박을 터트릴 수 있는 거대 시장"이라며 "지점의 모든 직원이 인도인일 정도로 인력 활용도 쉽다"고 설명했다.

◆열악한 인프라와 규제 등은 단점

하지만 경제 성장의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도로 항만 공항 전력 등 기본적인 인프라가 아직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인구 2000만의 최대 상업도시 뭄바이에서도 교통난은 최악이다. 퇴근 시간인 오후 6시께에는 자동차로 20㎞ 거리를 가는 데 2시간이 걸릴 때도 있다. 뭄바이 외곽만 나가도 한여름 낮에 전력 공급이 중단돼 공장이 멈추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런데도 인프라 개선은 더딘 편이다. 뭄바이의 남북을 연결하는 4차로 7㎞짜리 '시 링크(SEA LINK)' 다리는 작년 여름 완공되기까지 무려 10년가량이 걸렸다. 환경과 정치 문제 등을 풀지 못해 공사가 장기간 지연된 탓이다.

문화적 차이도 무시 못할 요인이다. 도건우 신한은행 뭄바이지점 부지점장은 "인도 현지인 직원들이 가장 싫어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말이 '언제까지 되느냐'다"라며 "기본적으로 일을 빨리 처리하겠다는 생각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종교 행사 등을 이유로 휴가를 내는 직원이 워낙 많아 한국 기업들 사이에서는 처음부터 필요한 인력의 10~20%가량을 더 뽑아 쓰는 관행까지 있을 정도다.

'공무원 변호사 경찰은 상대하지 마라'는 말이 있을 만큼 부정 · 부패도 문제다. 비자 연장 등 기본적인 인 · 허가조차도 뇌물 없이는 힘든 경우가 많아 비즈니스를 하기가 쉽지 않다고 현지 주재원들은 말한다. 최근 뭄바이에 기업 주재원으로 온 모 과장은 "한국에서 부친 얼마 안 되는 짐에 무려 1000만원의 관세가 붙어 당황했다. 결국 이곳 방식(뇌물)으로 해결했다"고 귀띔했다. 한 · 인도 CEPA가 맺어졌지만 여전히 규제도 촘촘해 인도에서 은행 지점을 하나 내기 위해서는 은행 하나를 새로 만드는 것과 비슷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뭄바이=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