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장세를 보이고 있는 서울지역 주택시장에서 일부 재개발구역 집값이 급등 양상을 보여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특별재개발구역(유도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광진구 자양동,마포구 합정동 일대가 다른 재개발구역에 비해 가격 상승이 가파르다.

21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 다른 뉴타운 · 재개발 지역은 물론,비슷한 여건의 한강변 초고층 개발지역(성수 이촌 압구정 여의도)도 잠잠한 가운데 자양동,합정동 일대만 거래 없이 '나홀로 상승'을 하고 있다. 주택 · 중개업계 안팎에서는 이에 대해 '투기세력의 뻥튀기 작전'이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 지역 재개발 관련 계획이 분명치 않은 데도,가격이 저평가됐다는 점을 명분으로 호가가 단기간에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정보업체 한 관계자는 "작년에도 압구정 · 여의도 · 뚝섬 등 한강변 일대 노후주거지역 10곳이 지역 특성을 감안한 전략적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된 이후,많은 투기세력들이 옮겨다니면서 치고 빠지는 식의 '메뚜기 작전'이 성행했다"고 전했다

◆합정 · 자양동 석 달 새 22% 급등

합정·자양동 수상해…재개발 땅값 '나홀로 상승'
자양동 · 합정동 일대 재개발 지분값은 작년 가을 이후 16~22% 올랐다. 망원지구(유도정비구역) 내 합정동은 작년 중반까지 3.3㎡당 3200만원 선(이하 26㎡ 내외 소형 기준)이던 재개발 지분값이 11월 3500만원대로 상승하더니 올 들어선 3700만원까지 치솟았다. 인근 합정균형개발촉진지구(이하 균촉지구) 내 합정2구역도 작년 9~10월 3.3㎡당 3300만원 하던 평균 지분 가격이 11월 3370만원으로 소폭 오른 뒤,12월엔 4104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자양동 지분값 상승세도 합정동에 버금간다. 작년 중반 3.3㎡당 3600만~3700만원 하던 자양2동 지분값은 최근 4200만원까지 뛰었다.

자양2동 성지공인 관계자는 "대지지분 15.7㎡의 빌라가 2억200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며 "길 건너편 자양2동은 4600만원까지 호가가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인근 구의동의 한 중개사는 "한강변 초고층 개발 대상지라 해도 너무 올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작년 가을 이후 시세가 뛰었다"고 전했다.

◆의심스런 '나홀로 상승'

문제는 매매가가 오를 만한 뚜렷한 재료를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단독 · 연립주택이 DTI(총부채상환비율)규제를 받지 않아 풍선효과를 누렸다는 주장이 있지만 서울의 다른 지역 재개발 지분 매매가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7구역이 올해 말 사업시행인가를 앞두고 있는 등 사업 추진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영등포구 신길뉴타운만 해도 지난해 중순 3.3㎡당 3000만원까지 했던 4구역 다세대주택 26㎡가 최근 2500만원에 팔리는 등 오름세가 꺾인 상태다. 한강을 끼고 있는 성동구 성수동 일대 재개발지역도 지난해 3분기 이후 거래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합정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해 중순부터 작전세력이 들어와 다른 지역에 호재를 퍼뜨리고,서로 매물을 돌리며 가격을 올린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다. 타운하우스 단지로 개발하기 위해 서울시가 층고를 제한한 망원지구에서도 "곧 층고가 완화된다"는 소문이 기정사실처럼 퍼지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재개발전문 컨설팅업체인 예스하우스 전영진 대표는 "합정동이나 자양동,양평동 등 유도정비구역의 시세 상승은 전략정비구역과의 가격차 메우기 차원에서 진행됐다고 볼 수 있다"며 "가격 상승폭도 상당했던 만큼 무리한 추격매수는 자제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합정·자양동 수상해…재개발 땅값 '나홀로 상승'
장규호/노경목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