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배우자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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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천체물리학자 프랭크 드레이크는 1961년 외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계산하는 방정식을 만들었다. 우리 은하계 내 별의 숫자를 평균수명으로 나눈 값,생명체가 살아갈 가능성이 있는 행성의 수,생물이 탄생하고 진화할 확률,지적 생명체가 존속할 수 있는 기간 등 총 7개 변수를 곱하면 답이 나오도록 돼 있다. 세계 각국의 외계생명연구에 널리 쓰이는 이른바 '드레이크 방정식'이다.
이들 변수를 정확히 알아내기 어렵다는 난점이 있으나 막연한 느낌이나 직감에 의존하던 외계생명 연구에 과학적 방법을 처음 도입했다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이번엔 영국 워릭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피터 배커스라는 31세의 총각 학자가 드레이크 방정식을 이용해 영국에서 '평범한 여자 친구'를 만날 가능성을 도출하는 이색 논문 '왜 나는 여자친구가 없을까 (Why I don't have a girlfriend)'를 발표했다.
그는 찾는 대상을 '런던에 거주하는 24~34세의 평범한 대졸 여성'으로 잡았다. 하지만 이 기준에 맞는 여성을 만나더라도 자신이 5% 정도에게만 매력을 느낄 것이라는 가정을 하자 대상이 1만500여명으로 확 줄어들었다. 또 일정한 시간 안에 만날 것,여성도 그에게 호감을 가져야 할 것 등의 조건을 추가하니 그 확률은 0.0003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결국 배커스는 자신의 기준에 맞는 여성이 영국에 26명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 주변에서도 처녀 총각들에게 어떤 상대를 찾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평범한 사람'이라고 대답한다. 잘생기고 똑똑한데다 돈까지 많으면 더 좋겠지만 그런 사람을 원하는 것도 아닌데 왜 눈에 안띄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을 찾는다면서도 실제로는 이런 저런 조건을 덧붙이기 십상이어서 상대를 만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실망할 건 없다. 이론상의 확률이야 어떻든 이성간 만남에는 감성적 변수가 만만치 않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첫눈에 반했거나 이뤄질 수 없는 듯한 사랑이 성사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배커스 역시 논문을 쓰는 도중 운좋게 이웃에 사는 여성과 데이트를 시작했다고 한다. 남녀의 만남은 이렇듯 오묘하다. 독일 작가 토머스 만도 '죽음보다 강한 것은 이성(理性)이 아니라 사랑'이라고 했다. 아무튼 지금 당신 곁에 있는 사람을 만난 건 기적에 가깝다. 그러니 아낌없이 사랑하고 존중하라.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이들 변수를 정확히 알아내기 어렵다는 난점이 있으나 막연한 느낌이나 직감에 의존하던 외계생명 연구에 과학적 방법을 처음 도입했다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이번엔 영국 워릭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피터 배커스라는 31세의 총각 학자가 드레이크 방정식을 이용해 영국에서 '평범한 여자 친구'를 만날 가능성을 도출하는 이색 논문 '왜 나는 여자친구가 없을까 (Why I don't have a girlfriend)'를 발표했다.
그는 찾는 대상을 '런던에 거주하는 24~34세의 평범한 대졸 여성'으로 잡았다. 하지만 이 기준에 맞는 여성을 만나더라도 자신이 5% 정도에게만 매력을 느낄 것이라는 가정을 하자 대상이 1만500여명으로 확 줄어들었다. 또 일정한 시간 안에 만날 것,여성도 그에게 호감을 가져야 할 것 등의 조건을 추가하니 그 확률은 0.0003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결국 배커스는 자신의 기준에 맞는 여성이 영국에 26명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 주변에서도 처녀 총각들에게 어떤 상대를 찾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평범한 사람'이라고 대답한다. 잘생기고 똑똑한데다 돈까지 많으면 더 좋겠지만 그런 사람을 원하는 것도 아닌데 왜 눈에 안띄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을 찾는다면서도 실제로는 이런 저런 조건을 덧붙이기 십상이어서 상대를 만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실망할 건 없다. 이론상의 확률이야 어떻든 이성간 만남에는 감성적 변수가 만만치 않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첫눈에 반했거나 이뤄질 수 없는 듯한 사랑이 성사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배커스 역시 논문을 쓰는 도중 운좋게 이웃에 사는 여성과 데이트를 시작했다고 한다. 남녀의 만남은 이렇듯 오묘하다. 독일 작가 토머스 만도 '죽음보다 강한 것은 이성(理性)이 아니라 사랑'이라고 했다. 아무튼 지금 당신 곁에 있는 사람을 만난 건 기적에 가깝다. 그러니 아낌없이 사랑하고 존중하라.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