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경제행위' 전도사 김보원 KAIST 교수, "기업·소비자 신뢰쌓아야 경제생태계 건강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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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기업과 소비자가 서로 신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이 기본 욕구를 채우면 윤리적 행동에 대한 욕구가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죠."
김보원 KAIST 경영학과 교수(45 · 사진)는 최근 MBA과정 학생들에게 크게 화를 냈다. 그들의 '내비게이션 무용담' 때문이다. 김 교수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최근 미국에 30일간 단체연수를 하면서 자동차를 빌렸다. 지리를 잘 몰라 대형마트 '베스트바이'에서 내비게이션 10대를 샀다. 30일간 잘 쓴 뒤 서울에 돌아올 때는 전부 반품했다. 베스트바이에는 구입 후 30일 내로 소비자가 환불을 요구할 경우 무조건 들어주는 규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자랑삼아 늘어놓는 무용담을 들은 김 교수는 크게 실망했다. "기업이 30일 내 환불 규정을 둔 것은 소비자에 대한 선의와 신뢰에 기반한 것인데 짧은 시각으로 그런 행동을 하면 결국 환불 규정이 사라지거나 제품 가격이 올라가는 식으로 시스템에 피해를 준다"고 일장 훈계를 했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 드물게 '윤리적인 경제행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학자다. 최근 한경 자매지 한경비즈니스-KAIST경영대 공동으로 '시장생태계에서 윤리를 묻다'를 기획,연재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기업과 소비자가 각자의 이익만 추구할 때보다 서로 믿음을 갖게 될 때 훨씬 다양하고 좋은 서비스가 가능해진다"고 주장한다. 환불 규정을 악용한 학생들처럼 비윤리적 행위를 하는 것은 결국 산업발전을 저해한다는 시각이다. 그는 이를 '경제 생태계'라고 부른다.
그는 비슷한 사례로 도로 위의 호두과자 장수를 들었다. "도로가 막힐 때면 호두과자 장수들이 도로에 나와 1000~1500원짜리 호두과자를 파는데,내용물이 부실하다"는 것.그는 "그들은 손님을 다시 볼 일이 없다고 생각하겠지만,손님들은 다시 그 과자를 볼 일이 없게 돼 결국 '불신' 때문에 해당 산업이 죽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돈 내고 음악파일을 다운로드해야 한다는 문화가 정착되면서 음악산업이 다시 활기를 찾는 것은 '신뢰의 효과'라고 그는 강조했다.
김 교수는 국내 기업과 소비자들 모두 이런 신뢰부문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보고 있다. "대기업이 너무 중소기업의 영역까지 침범하려 한다거나,중소기업이 기술을 쌓고 인재에 투자할 여유조차 주지 않으려는 행위는 시장 전체를 키우는 데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또 소비자들도 기업을 믿지 못하고 기업의 선의를 잘못 이용하는 경우가 아직 흔하다고 그는 지적했다.
김 교수는 "윤리적 경제행위는 이타적 행위와 다르다"며 "나에게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하는 이타적 행위와 달리,윤리적 경제행위는 결국 '나'에게 좋은 일로 돌아온다는 '윈-윈'"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리적 경제행위의 필요성을 인식하도록 어렸을 때부터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조만간 KAIST MBA과정에 윤리적 경제행위에 관한 교과목을 개설할 방침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김보원 KAIST 경영학과 교수(45 · 사진)는 최근 MBA과정 학생들에게 크게 화를 냈다. 그들의 '내비게이션 무용담' 때문이다. 김 교수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최근 미국에 30일간 단체연수를 하면서 자동차를 빌렸다. 지리를 잘 몰라 대형마트 '베스트바이'에서 내비게이션 10대를 샀다. 30일간 잘 쓴 뒤 서울에 돌아올 때는 전부 반품했다. 베스트바이에는 구입 후 30일 내로 소비자가 환불을 요구할 경우 무조건 들어주는 규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자랑삼아 늘어놓는 무용담을 들은 김 교수는 크게 실망했다. "기업이 30일 내 환불 규정을 둔 것은 소비자에 대한 선의와 신뢰에 기반한 것인데 짧은 시각으로 그런 행동을 하면 결국 환불 규정이 사라지거나 제품 가격이 올라가는 식으로 시스템에 피해를 준다"고 일장 훈계를 했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 드물게 '윤리적인 경제행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학자다. 최근 한경 자매지 한경비즈니스-KAIST경영대 공동으로 '시장생태계에서 윤리를 묻다'를 기획,연재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기업과 소비자가 각자의 이익만 추구할 때보다 서로 믿음을 갖게 될 때 훨씬 다양하고 좋은 서비스가 가능해진다"고 주장한다. 환불 규정을 악용한 학생들처럼 비윤리적 행위를 하는 것은 결국 산업발전을 저해한다는 시각이다. 그는 이를 '경제 생태계'라고 부른다.
그는 비슷한 사례로 도로 위의 호두과자 장수를 들었다. "도로가 막힐 때면 호두과자 장수들이 도로에 나와 1000~1500원짜리 호두과자를 파는데,내용물이 부실하다"는 것.그는 "그들은 손님을 다시 볼 일이 없다고 생각하겠지만,손님들은 다시 그 과자를 볼 일이 없게 돼 결국 '불신' 때문에 해당 산업이 죽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돈 내고 음악파일을 다운로드해야 한다는 문화가 정착되면서 음악산업이 다시 활기를 찾는 것은 '신뢰의 효과'라고 그는 강조했다.
김 교수는 국내 기업과 소비자들 모두 이런 신뢰부문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보고 있다. "대기업이 너무 중소기업의 영역까지 침범하려 한다거나,중소기업이 기술을 쌓고 인재에 투자할 여유조차 주지 않으려는 행위는 시장 전체를 키우는 데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또 소비자들도 기업을 믿지 못하고 기업의 선의를 잘못 이용하는 경우가 아직 흔하다고 그는 지적했다.
김 교수는 "윤리적 경제행위는 이타적 행위와 다르다"며 "나에게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하는 이타적 행위와 달리,윤리적 경제행위는 결국 '나'에게 좋은 일로 돌아온다는 '윈-윈'"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리적 경제행위의 필요성을 인식하도록 어렸을 때부터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조만간 KAIST MBA과정에 윤리적 경제행위에 관한 교과목을 개설할 방침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