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법·검 갈등, 교각살우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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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흔들기로 확대될까 우려
관례 엄정한 학계검증 뒤따를 것
관례 엄정한 학계검증 뒤따를 것
사법부가 수모를 당하고 있다. 용산참사 수사기록 열람 및 등사 허용,강기갑 대표 무죄 판결에 이어 전교조 간부의 시국선언 무죄 판결과 광우병 보도 관련 명예훼손 ·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PD수첩 제작진 전원에 대한 무죄 판결 등 일련의 판결들이 계기가 됐다. 해당 판사나 법원은 물론 대법원장을 위시해 사법부 전체에 대한 비난이 난무하는 등 전례없는 양상이다.
정치권의 반응은 더 극적이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좌편향 불공정 사법사태'를 초래한 데 대해 대법원장이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하는 한편,우리법연구회의 해체를 요구하며,제왕적 독선적 법관에 대한 견제대책 등 사법개혁을 촉구하고 나섰다. 반면 민주당은 이들 일련의 판결을 사법정의의 구현이라 반기면서 검찰개혁이 더 시급하다고 맞섰다.
그 와중에 이용훈 대법원장은 '사법부 독립을 굳건히 지키겠다'고 다짐했지만,김준규 검찰총장은 '사법부 판단에 불안해하는 국민들이 많은 것 같다'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대법관 출신답게 '정치권이 나서서 제도를 고치겠다고 덤벼들면 자칫 소의 뿔을 고치려다 소를 죽이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했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 대다수는 혼란스럽고 당혹스럽다. 그러지 않아도 4대강이니,세종시니 하며 정치권 싸움에 골치가 아픈데 이번엔 또 뭐냐며 심기가 심히 불편하다. 물론 나름대로 의견이 없지는 않다. 용산참사 수사기록 공개는 법리가 어떻든 당연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많고,강기갑 대표 무죄 판결과 전교조 시국선언 무죄 판결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들이 더 많은 반면,광우병 보도 관련 PD수첩 제작진 무죄 판결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는 것 같다.
문제의 무죄판결들은 모두 다 국가형벌권 행사를 요구하는 검찰의 공소에 대한 법원의 법리적 판단에 따른 응답으로 선고된 것이었다. 다시 말해 법률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큰 법적 쟁점들이 법원의 판단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대중들에게는 법리적 쟁점보다 단순히 상식적인 결과의 문제,즉 유죄냐 무죄냐 하는 문제로 전달되기 십상이다.
법리적 쟁점들은 결국 항소심이나 상고심 법정에서 시비가 가려져야 하지만 사람들은 맨처음 나온 결과만 가지고 판단을 내리기 일쑤다. 그것을 정치권이 놓칠 리 없다. 정치권의 공방이 자칫 사법부 흔들기로 확대될까 우려되는 까닭이다.
이번에 젊은 판사들이 내린 무죄판결들은 법리적 판단이나 사실인정에서 적지 않은 논란의 여지를 안고 있고,또 상급심에서 번복될 수도 있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그 판례들은 학계의 엄정한 토론과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유감스런 일이겠지만 사법적 판단이 사회의 건전한 상식 및 통념과 불일치하는 경우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법정 밖에서 사법권을 몰아붙이는 것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사법권의 독립은 지난 60년간 우리가 이룩한 것 가운데 그 무엇보다도 귀중한 성취이고 한번 허물어지면 복구하기 어려운 문명적 성과물이다. 반도체나 조선,원자력발전소,IT산업 못지않게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해준 성공의 비결이기도 하다. 이만큼이나마 발전시키기가 얼마나 어려웠는지는 역사가 증언하고 있다. 경제발전을 가능케 할 최소한의 정치안정은 사법권 독립을 토대로 한 안정적인 사법시스템 없이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입장에 따라 견해야 다르겠지만,그토록 이루기 어려웠던 것을 이번 일련의 판결이 빌미가 돼 잃게 돼서는 안 된다. 이성을 되찾아 뿔을 고치려다 소를 죽이고 마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홍준형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정치권의 반응은 더 극적이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좌편향 불공정 사법사태'를 초래한 데 대해 대법원장이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하는 한편,우리법연구회의 해체를 요구하며,제왕적 독선적 법관에 대한 견제대책 등 사법개혁을 촉구하고 나섰다. 반면 민주당은 이들 일련의 판결을 사법정의의 구현이라 반기면서 검찰개혁이 더 시급하다고 맞섰다.
그 와중에 이용훈 대법원장은 '사법부 독립을 굳건히 지키겠다'고 다짐했지만,김준규 검찰총장은 '사법부 판단에 불안해하는 국민들이 많은 것 같다'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대법관 출신답게 '정치권이 나서서 제도를 고치겠다고 덤벼들면 자칫 소의 뿔을 고치려다 소를 죽이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했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 대다수는 혼란스럽고 당혹스럽다. 그러지 않아도 4대강이니,세종시니 하며 정치권 싸움에 골치가 아픈데 이번엔 또 뭐냐며 심기가 심히 불편하다. 물론 나름대로 의견이 없지는 않다. 용산참사 수사기록 공개는 법리가 어떻든 당연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많고,강기갑 대표 무죄 판결과 전교조 시국선언 무죄 판결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들이 더 많은 반면,광우병 보도 관련 PD수첩 제작진 무죄 판결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는 것 같다.
문제의 무죄판결들은 모두 다 국가형벌권 행사를 요구하는 검찰의 공소에 대한 법원의 법리적 판단에 따른 응답으로 선고된 것이었다. 다시 말해 법률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큰 법적 쟁점들이 법원의 판단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대중들에게는 법리적 쟁점보다 단순히 상식적인 결과의 문제,즉 유죄냐 무죄냐 하는 문제로 전달되기 십상이다.
법리적 쟁점들은 결국 항소심이나 상고심 법정에서 시비가 가려져야 하지만 사람들은 맨처음 나온 결과만 가지고 판단을 내리기 일쑤다. 그것을 정치권이 놓칠 리 없다. 정치권의 공방이 자칫 사법부 흔들기로 확대될까 우려되는 까닭이다.
이번에 젊은 판사들이 내린 무죄판결들은 법리적 판단이나 사실인정에서 적지 않은 논란의 여지를 안고 있고,또 상급심에서 번복될 수도 있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그 판례들은 학계의 엄정한 토론과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유감스런 일이겠지만 사법적 판단이 사회의 건전한 상식 및 통념과 불일치하는 경우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법정 밖에서 사법권을 몰아붙이는 것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사법권의 독립은 지난 60년간 우리가 이룩한 것 가운데 그 무엇보다도 귀중한 성취이고 한번 허물어지면 복구하기 어려운 문명적 성과물이다. 반도체나 조선,원자력발전소,IT산업 못지않게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해준 성공의 비결이기도 하다. 이만큼이나마 발전시키기가 얼마나 어려웠는지는 역사가 증언하고 있다. 경제발전을 가능케 할 최소한의 정치안정은 사법권 독립을 토대로 한 안정적인 사법시스템 없이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입장에 따라 견해야 다르겠지만,그토록 이루기 어려웠던 것을 이번 일련의 판결이 빌미가 돼 잃게 돼서는 안 된다. 이성을 되찾아 뿔을 고치려다 소를 죽이고 마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홍준형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