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무죄 판결로 법원과 검찰의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대검찰청과 전국 18개 지검을 화상시스템으로 연결한 전국검사회의가 21일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법원 판결 등 현안에 대한 성토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규 총장은 "이번 회의로 전국 검사들이 하나가 됐으면 한다"며 강력한 단합을 주문,검찰의 향후 대응 수위가 주목된다.

김 총장은 회의에 앞서 "주변 환경이 많이 어수선한데 검찰은 의연하고 당당하게 본연의 임무를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용산 참사 수사기록 공개,강기갑 의원 및 PD수첩 무죄 판결 등으로 불거진 법원과의 충돌이 검사들을 동요시킬 수도 있다는 판단에 '검사동일체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김 총장은 회의 후 대검 부장(검사장) 등과 가진 오찬에서 "우공이산(愚公移山 · 쉬지 않고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하면 마침내 큰 일을 이룬다)의 자세로 하자"고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을 빚은 1심 법원 판결에 개의치 말고 더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날 회의는 각 지검 회의실 규모에 따라 지검별로 50~100명의 검사와 수사관 등이 참석했다. 김주현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길태기 광주지검장은 지도층 및 토착세력 부정부패와 국부 유출 범죄 수사 방안을 발제했다. 정인창 청주지검 차장은 최근 대검이 추진 중인 공안수사의 과학화 및 6월 지방선거사범 집중 단속의 연장선상에서 선거사범 수사역량 강화 방안을 제시했다. 정옥자 부산지검 검사는 '조두순 사건' 등 영유아 및 여성 대상 범죄수사 전문인력 양성을 건의했다. 이에 김 총장은 "인력을 집중 배치해서라도 공명선거를 정착시킬 것"을 주문했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검찰에 '복무기강 확립'을 지시하고 법원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 장관은 "일련의 상황으로 국민들이 많이 걱정스러워하고 있고 검찰도 일부 법원의 판결 등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으리라고 생각한다"며 "국회가 사법제도 개선 논의를 시작했고 법무부도 형사사법절차 전반에 관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으니 검찰은 흔들림 없이 법질서 확립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매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 PD수첩 무죄 판결에 대한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