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향후 10년 내 항공산업을 10배 이상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2008년 19억달러였던 국내 항공산업 매출을 2020년까지 200억달러로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세계 7위(현재 16위)의 항공 선진국으로 도약하고,항공산업에서만 7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지식경제부는 21일 기획재정부 국방부 방위사업청 등 관련 부처가 참여한 가운데 항공우주산업개발정책심의회를 개최,이 같은 내용의 '항공산업 발전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고용창출 효과 큰 첨단산업 집합체

정부가 항공산업을 적극 육성키로 한 것은 국가 전체의 기술수준을 보여주는 첨단산업의 집합체인데다 경제적 효용가치도 높다는 판단에서다. T-50 고등훈련기 1대(대당 수출가격 2500만달러)가 중형차 1100대의 수출효과와 맞먹는다는 것이다.

고용창출 효과도 크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직원수가 8만4000여명인데 비해 미국 보잉사는 16만명,유럽 EADS(우주항공전문기업)는 12만명의 종업원을 두고 있다. IT(정보기술) 자동차 등 다른 분야에 비해 국제경쟁력이 너무 뒤처져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

하지만 국내 항공산업의 고용인력은 1만명을 겨우 넘고 세계시장 점유율은 0.5%에 불과하다. 수출은 8억달러가 채 안된다. 임채민 지경부 1차관은 "국내 항공산업은 초기 대응에서 실기(失機)한 측면이 크다"며 "지금이라도 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탐색개발' 도입,경제성 위주로

국내 항공산업은 그동안 '자주국방' 차원에서 군수에 집중됐다.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이 대표적인 성과다. T-50 덕분에 한국은 세계 12번째 초음속기 생산국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민수부문은 형편없다. 1990년대 중국과 함께 중형 항공기 개발에 나섰지만 실패했고 지금도 민항기 제작은 못하고 있다. 반면 세계시장은 민항기와 항공정비서비스(MRO)가 주축이다. 지금처럼 군수 위주로 대응하다가는 항공산업에서 '영원한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앞으로 항공산업도 '경제성'을 철저히 따지기로 했다. 이를 위해 본 개발에 앞서 타당성 여부를 조사하는 '탐색개발'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타당성이 있다'는 결론이 날 때만 사업에 착수한다는 것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탐색개발에 드는 비용은 본 개발비의 5% 안팎"이라며 "최소 비용으로 성공 확률을 최대로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번번이 실패했던 민항기 개발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소형 항공기는 민간이 주도하고,중형은 민관 공동으로,대형이나 첨단 전투기는 국제 컨소시엄 참여를 통해 개발하도록 역할을 분담하기로 했다. 특히 좌석수 100석 안팎의 중형 민항기를 '전략기종'으로 우선 개발하고 미래 항공기로 주목받는 무인 비행기나 개인용 경비행기도 개발할 방침이다.

항공기 제작에 비해 단기 수익 창출이 가능한 항공정비 서비스산업도 육성키로 했다. 인천 청주 등 국제공항을 정비서비스 공급기지로 키우고 군용기 정비도 민간에 위탁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지원도 강화,국산 항공기의 해외수출을 늘리기 위해 항공기 전문리스회사를 신설하고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끌어모아 항공기를 제작하는 '비행기 금융'도 도입할 방침이다.

◆공격헬기도 개발

그간 국내 개발이냐 국외 도입이냐를 두고 논란을 벌였던 한국형 전투기(KFX)와 한국형 공격헬기(KAH)도 국내에서 개발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KFX와 KAH 사업은 노후 전투기와 헬기를 교체하기 위해 추진 중인 사업이다. 계획에 따르면 KFX와 KAH 사업은 내년부터 2년간 탐색개발을 거쳐 2012년 말께 개발 타당성을 재평가해 본개발(체계개발) 착수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KAH사업은 탐색개발 단계에서부터 국책사업으로 추진되며,KFX사업은 국방비 예산으로 탐색개발을 추진하되 본개발 단계에서 국책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주용석/박민제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