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의 힘…1년새 영업수지 1조5000억 개선
하이닉스반도체가 지난해 4분기 사상 최대 분기 매출과 7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연간 기준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이닉스의 4분기 영업이익은 증권가의 평균 예상치보다 1000억원 이상 많은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하이닉스의 올해 실적이 지난해보다 훨씬 좋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데다 지속적인 경영합리화 노력으로 수익 창출 능력도 좋아졌기 때문이다.

◆하이닉스,지옥에서 천당으로

하이닉스는 21일 지난 4분기 중 연결기준으로 전분기보다 32% 증가한 2조799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2008년보다 16% 늘어난 7조9060억원으로 집계됐다.

4분기 영업이익은 7080억원에 달했다. 전년 4분기에 8020억원의 적자를 냈다는 것을 감안하면 1년 사이 1조5000억원 이상 영업수지가 개선된 셈이다. 3분기 2090억원과 비교해도 3배 이상 영업이익이 늘어났다. 하이닉스는 2008년 1조918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으며 작년 1~2분기에도 각각 5140억원과 211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반도체 가격 회복과 PC 시장 호황이 하이닉스 부활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D램의 4분기 판매가격이 전분기보다 26% 올랐고 출하량도 12%가량 늘어났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낸드플래시는 평균 판매가가 5% 하락했지만 출하량은 37%나 증가했다.

차세대 미세공정으로의 전환 작업을 조기에 마무리한 것도 실적 개선에 도움을 줬다. D램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으로 54나노 D램 생산 비중이 60% 이상으로 커지고 44나노 제품도 연말부터 양산을 시작했다. 속도와 성능을 개선해 기존 DDR2보다 높은 값을 받는 DDR3 D램의 비중도 지난해 말 50% 수준까지 높아졌다.

회사 관계자는 "낸드플래시 분야도 지난해 말 개발을 마무리한 32나노 제품을 중심으로 제품 포트포리오를 재편할 계획"이라며 "후발업체들과의 격차를 더 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제2의 전성기 왔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올해 '제2의 전성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비심리 회복으로 반도체가 들어가는 PC,노트북,휴대용 모바일기기의 시장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가격도 당분간 고공행진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최근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주력으로 삼고 있는 DDR3 1기가바이트(Gb) 제품의 현물가격은 개당 3.08달러로,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대형 거래처에 납품하는 가격인 고정거래가도 지난해 9월 1.72달러에서 지난 12일 2.38달러까지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물가격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부족하다는 뜻"이라며 "DDR3 D램 고정거래가도 추가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오는 29일 실적을 내놓을 예정인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1조5000억원 선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영업이익 3조7000억원(잠정치) 중 40%를 반도체가 벌어들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송형석/안정락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