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의 핵심 산별노조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밝혀 주목받고 있다.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는 21일 서울 명동 예술극장 앞에서 민주당의 당원권 정지 결정에 항의해 장외투쟁 중인 추미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찾아가 "교원노조법도 노조법처럼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타임오프(근로시간면제) 제도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개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민주노총이 '교섭창구 단일화 여부를 자율에 맡겨야 한다"며 노조법 개정안에 대해 반발하는 가운데 이미 복수노조 허용,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실시 경험이 있는 전교조는 오히려 교섭창구 단일화 방식을 규정한 노조법 개정안을 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전교조가 이처럼 상급노조 방침을 벗어나면서까지 노조법 개정안에 지지를 표명한 것은 10여년간의 복수노조 및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실시해본 경험에 비춰 이 법이 더 합리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전교조 등 교원노조에 적용되는 교원노조법은 노조법과 달리 1999년 법이 제정되면서 전임자 임금지급을 금지하고 복수노조를 허용했다.

특히 복수노조와 관련해서는 노동계의 의견을 반영해 노조가 자율적으로 교섭대표단을 꾸리도록 했다. 하지만 이 조항이 오히려 전교조의 발목을 잡았다. 단독 노조일 경우는 교섭이 가능했지만 다른 교원노조들이 생겨나면서부터는 노-노 갈등을 극복하지 못했고,교섭대표 구성에 번번이 실패했다.

이 때문에 전교조는 2004년 이후 6년간 제대로 된 교섭조차 해보지 못했다. 지난 연말 '자율적 교섭대표 구성'이 폐지돼 개별 교섭이 가능해졌지만 교섭이 제대로 이뤄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하지만 노조법 개정안이 정한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방식의 적용을 받게 되면 당당하게 교섭에 나설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돼 전교조로서는 오히려 더 낫다는 반응이다.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관련해서도 전교조는 타임오프(근로시간면제) 조항이 합리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교조는 전임자 임금 지급을 전면 금지한 교원노조법에 따라 1999년부터 노조 재정을 통해 전임자 임금을 충당해왔다.

이 때문에 노사 공동업무에 대해서는 임금을 지급하도록 한 타임오프 조항이 부러울 수밖에 없다.

전교조 관계자는 "일반 노조보다 먼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도입한 교원노조들만 역차별받게 됐다"며 "교원노조도 일반 노조들과 마찬가지로 타임오프의 적용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노총도 이날 추 위원장을 방문해 노조법 개정안 통과에 대해 지지의 뜻을 전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추 위원장의 적극적인 중재 노력이 없었다면 기존 노조법이 그대로 시행돼 현장이 혼란에 빠지고 노동운동의 기반이 심각하게 위협받았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추 위원장에 대한 징계를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경봉/김유미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