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발 악재로 인해 한국 증시가 단기 조정을 받겠지만 이를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포트폴리오 재편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 센터장은 22일 "금융위기 때 경험에 비춰, 미국 정부의 상업은행 금융규제에 따라 헤지펀드가 한국 증시에서 대량 매물을 내놓을 수 있다는 우려가 이날 주가를 떨어뜨렸다"며 "1주일 가량 단기적으로 조정이 나타나면서 코스피 지수가 1600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북미계 헤지펀드가 전 세계 헤지펀드의 약 64%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투자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이날 한국 증시 발목을 붙잡았다는 것.

조 센터장은 "한국 증시에 투자한 북미계 헤지펀드 자금의 규모는 지난해 4월 이후 430억달러 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면서 "아울러 코스피 지수가 지난 21일 작년 9월 기록한 전고점을 넘어서는 등 최근 상승에 따른 가격 부담도 이날 지수 조정에 일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코스피 지수가 완전히 하락추세로 돌아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조 센터장의 판단이다. 1600선을 하회할 가능성도 있지만 그 이후 저가 매수세 유입 등으로 어느 정도 회복, 1분기까지 1700선 전후의 박스권 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실업률 등을 고려하면 미국 정부가 본격적인 출구정책을 취할 시기가 아직 다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기조적인 한국 증시 하락 전환 가능성은 낮다고 관측했다.

이에 단기 조정을 염두에 둔 시장 대응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할 것을 권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도 올해 한국 증시가 박스권 장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기대수익률을 낮추고 원화 강세에 초점을 맞춘 보수적 투자가 유효하다는 조언이다.

조정 시 펀더멘털(내재가치) 대비 하락폭이 큰 우량주 가운데 금융주, 유통주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 센터장은 귀띔했다.

그는 "올해 기조적으로 원화가 강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단기 조정 시 은행주, 증권주 등 금융주가 급락할 경우 이를 감안, 금융주와 함께 유통주 등 일부 내수주에 관심을 가지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1일 대출업무를 하는 상업은행은 금융당국의 보호를 받아야 하지만, 투자은행 업무를 겸하는 상업은행에 대해서는 자기매매(proprietary trading)를 금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