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월가의 '전면전'이 시작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22일 은행의 규모와 투자 범위(업무범위)를 제한하는 강력한 금융규제안을 내놨다. 이 규제안이 의회를 통과할 경우 미 대형 은행들의 수익기반이 심각한 타격을 입어 글로벌 금융산업 지형이 바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새 금융개혁안에 따르면 은행과 은행지주회사는 고객과 상관없이 회사 이익만을 위한 자기매매(proprietary trading)가 금지되며 헤지펀드나 사모펀드를 소유,투자 또는 지원할 수 없다. 또 금융사 인수 · 합병(M&A)을 승인받으려면 현행 '예금시장 점유율이 10%를 넘어서는 안된다'는 규정뿐 아니라 부채 규모 및 부채의 확대 가능성 조건도 충족해야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자기매매가 금지될 경우 골드만삭스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했다. 골드만삭스의 지난해 자기매매 매출 비중은 10%에 달한다. 지난해 매출 450억달러에서 약 45억달러를 자기매매가 차지했다. 모건스탠리도 자기매매 비중이 10%를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JP모건체이스 등 소매금융 의존도가 높은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자기매매 규모가 작지만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사업 제한이 변수다. JP모건체이스는 자산 규모가 360억달러에 달하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헤지펀드를 운용 중이다.

골드만삭스도 헤지펀드 운용자산이 210억달러에 이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JP모건체이스처럼 예금 · 대출 업무도 하면서 헤지펀드 투자 등을 통해 몸집을 키워온 상업은행은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개조해야 하며,금융위기 때 정부의 긴급 유동성을 지원받기 위해 투자은행에서 은행지주회사로 전환한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은행지주사 지위를 포기해야 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FT는 반면 새 규제안이 사모펀드와 유럽 은행들에는 수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규제안은 미국 내 외국계 은행에도 적용되지만 유럽 은행들은 자기매매 매출 비중이 1~2%에 불과한 데다 이 사업부문을 유럽으로 옮기면 규제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유럽 당국이 미국의 행보를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변수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