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연초부터 금융당국을 포함한 금융권 전반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감사에 나섰다. 금융당국의 서민금융 지원 실태에 이어 한국투자공사(이하 KIC)가 미국 투자은행 메릴린치에 투자해 손실을 입은 데 대해서도 감사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의 유착 여부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살필 계획이어서 금융권에 사정 한파가 몰아칠 전망이다.

22일 정부에 따르면 감사원은 이번 주부터 KIC에 예비조사를 나가 메릴린치 투자 과정 등을 살펴보고 있다. KIC는 2008년 1월 메릴린치에 20억달러를 투자했으나 메릴린치가 금융위기로 뱅크오브아메리카에 합병되면서 주가가 50% 가까이 폭락해 9억달러의 평가손실을 입은 상태다.

감사원은 예비감사를 거쳐 내달 초 본감사에 나설 예정이다. 이번 감사는 3년마다 이뤄지는 정기 감사이지만 메릴린치 투자 과정에 대해 중점적인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감사원은 투자 의사 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내용의 내부 특별감사 보고서를 입수,투자 결정 및 집행 과정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또 지난 18일부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서민금융 지원정책 및 금융사 감독에 관한 사전감사에 착수했다. 본감사는 다음 달 중순 시작된다. 감사원은 지난해 6월 금감원의 금융사 건전성 감독실태에 관해서도 정기 감사를 했다.

감사원은 조만간 금융당국과 은행들의 유착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올해부터 금융 당국과 은행 등의 유착 가능성도 집중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의 이 같은 행보는 청와대가 금융권 비리를 2010년 중점 사정 대상으로 정하고 지난해 말 비서실에 관련 태스크포스를 설치한 것과 관계가 있다. 감사원은 금융당국과 한국은행 등을 대상으로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협조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다. 예금보험공사에 대해선 우리금융지주 대주주 역할을 제대로 해 왔는지 등과 함께 저축은행 부실 정리 및 예금보험기금 관리 실태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또 국민연금과 군인연금,교직원연금 각종 연 · 기금들이 최근 몇 년간 투자를 확대한 과정에서 투자 결정 · 집행 과정이 투명했는지 살펴볼 것으로 관측된다.

감사원은 지난해 12월 기존의 '산업금융 감사국'을 '금융 · 기금 감사국'으로 개편하고 회계 전문가를 집중 배치했다. 금융 · 기금감사국은 금융1,2,3,4과 등 총 4과로 구성됐으며 54명이 근무하고 있다. 금융2과는 지난해까지 연기금 감사단에서 맡았던 예보 자산관리공사 등을 조사대상으로 옮겨왔다.

김현석/장성호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