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교 3학년인 A군에게는 최근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다 마신 음료수병을 고이 보관했다가 학교 앞 '공병 회수 로봇'에 가져간다. 병을 넣을 때마다 몇십원의 '빈병 보증금'이 영수증으로 출력돼 나온다. '고맙습니다. 귀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ℓ를 감축하셨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들을 때마다 뿌듯해진다. 영수증을 모아 편의점에 가져가면 현금으로 바꿔준다.

# 주부 B씨도 집 근처 편의점에 생긴 공병 자동회수기가 반갑다. 예전 편의점에서는 빈병을 환불해주지 않아 먼 마트까지 가져가야 했다. 마트에서도 구매 영수증을 보여달라고 요구하거나 일주일에 한 번만 환불해줘 불편이 컸다. 이제는 간편하게 빈병을 회수기에 넣은 후 교통카드로 보증금을 적립받는다. 자원도 절약하고 살림에도 도움되니 일석이조다.

우리 동네에서도 이 같은 풍경을 볼 수 있게 될까.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사진)이 지난해 발의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법' 개정안은 이 같은 회수기의 설치 · 지원을 위한 법안이다.

소비자들이 접근하기 쉬운 편의점 등 곳곳에 빈 용기 무인회수기를 설치해 회수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소비자가 빈병을 소매점에 반환할 때마다 빈병 보증금을 환불받도록 하고 있지만 현실은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 의원은 "독일의 경우 무인 회수기가 동네마다 있어 24시간 간편하게 보증금을 받을 수 있다"며 "어린이들에게는 재활용과 환경보호를 체험하게 하는 교육효과도 크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연간 유통되는 빈 소주병은 55억병.회수율은 유럽 등 선진국보다 낮은 편이다. 빈병 재사용 횟수를 10회에서 20회까지 늘리면 연간 300억~500억원의 경제적 비용이 절감된다.

법안은 현재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돼 올 상반기에 본격 논의될 전망이다. 한 의원 측은 "녹색성장 시대에 생활 속 실천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여야간 큰 이견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수도권 편의점 등 일부 거점을 중심으로 점진적인 도입 논의를 정부와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