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200지수 구성 종목인 한국기술산업이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다. 시가총액이 2000억원에 육박하고 있어 퇴출이 확정될 경우 2만명이 넘는 개인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한국거래소의 허술한 시장 관리가 이 같은 사태를 불러왔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어 파장이 확산될 전망이다.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10월 결산법인인 한국기술산업이 최근 사업연도 감사보고서에서 의견거절을 받아 거래를 정지하고 상장폐지 절차를 진행한다고 22일 밝혔다. 거래소는 내달 2일까지 이의신청이 제기되지 않으면 퇴출을 확정하고，이의신청이 접수될 경우엔 15거래일 이내에 상장위원회를 열고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재감사에서 감사의견이 바뀌면 회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감사를 맡은 다산회계법인은 내부 통제 구조에 중대한 취약성이 있는 데다 계속기업으로 가정하기에 불확실성이 존재해 감사의견 표명을 거절했다. 감사인은 "회사의 대표이사가 적절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업무외 목적으로 회사 소유의 수표를 반출한 후 반입했고 자회사의 자금을 사용하기도 했다"며 "부실 자료를 제출하는 등 자금 관련 내부 통제 구조에 중요한 취약점을 발견했다"고 지적했다.

한국기술산업은 오일샌드 사업과 바이오 인터넷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수년째 성과를 내지 못해 이 같은 위기를 맞게 됐다. 10년 넘게 적자를 기록 중이며 2008회계연도(2008년 11월~2009년 10월)에는 매출 65억원에 순손실이 487억원에 달했다. 그동안 수많은 증자와 사채 발행으로 증시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지만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진 것이다.

회사 성장성을 믿고 투자한 주주들은 패닉 상태다. 특히 시가총액이 1969억원에 달하고 소액투자자 지분이 90%에 육박해 역대 최대 수준의 퇴출 피해가 우려된다.

이번 사태로 거래소의 허술한 시장 관리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거래소 해당 부서는 이날 투자자들의 잇단 항의 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거래소는 만년 적자 기업이던 한국기술산업이 2008년 오일샌드 사업 기대를 바탕으로 주가가 폭등하자 그해 6월 코스피200 종목으로 편입시켰다. 기업의 재무적인 사항이나 밸류에이션은 고려하지 않고 시가총액만으로 코스피200 구성 종목을 기계적으로 선정한 것이다. 게다가 이후 적자폭이 늘어나고 전 사업연도엔 감사의견 한정을 받는 등 퇴출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났지만 시장경고 조치는 발동하지 않았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