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는 '캐딜락'이라는 브랜드가 주는 존재감은 남다르다. 캐딜락을 타고 손을 흔드는 역대 대통령들의 모습과 화려한 분홍색 캐딜락을 탄 팝스타 엘비스 프레슬리를 통해 투영된 과거 캐딜락의 이미지는 '부와 명예의 상징'과도 같았다.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에게 캐딜락은 쉽게 접하기 어려운 브랜드라는 인식이 있어왔다. 만만찮은 가격인데다가 장의차로도 많이 사용되어 온 점을 들어 '죽어서나 한 번 타 보는 차'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였다.

반면 최근 출시된 캐딜락 모델들은 많은 변화를 보여준다. 보다 낮아진 가격과 날렵해진 몸놀림, 개선된 연비효율과 각종 첨단사양 등으로 기존의 '돈 많은 사람이 타는 기름 많이 먹고 큰 차'라는 편견을 상당부분 털어낸 모습이다.

지난해 11월 한국 시장에 출시된 캐딜락의 베스트셀링 모델, 'CTS'의 2010년형을 만나 캐딜락의 '오늘'을 되짚어봤다.

시승에 사용된 '뉴 CTS 3.0'은 3000cc급 가솔린 직분사식 6기통 엔진을 탑재한 모델이다. 기존 모델에 탑재된 최고출력 207마력짜리 2800cc급 엔진보다 강력해진 275마력의 동력성능을 발휘한다.

이 차의 크기는 길이 4860mm, 너비 1865mm에 높이 1465mm로, 높이를 제외하고는 현대자동차의 동급 세단 '제네시스'보다 조금 작다. 다만 외관을 보면 마치 손이 베일 듯 날카로운 직선을 강조해 더욱 커 보이는 인상이며 일견 위압적인 느낌도 준다.

내부 인테리어는 문 안쪽과 대시보드, 변속기 주변에 가죽재질을 적용하는 등 '감성 품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의 흔적이 느껴진다. 돌출된 형태의 LCD 스크린 아래 아날로그 형식의 시계도 눈에 들어온다. 차체 중앙을 기점으로 V자로 펼쳐지는 센터페시아(오디오와 공조장치 등이 위치하는 중앙부) 버튼 배열은 조작이 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스마트키를 주머니에 넣은 채 시동을 거니 저음의 육중한 소리가 들려왔다. 변속기의 조작감은 절도 있게 끊어지는 느낌이 만족스럽다.

차를 몰고 도심으로 나가 가속페달을 밟았다. 첫 출발은 부드러운 느낌이다. 속도를 좀 더 높여 봐도 정숙함을 유지하면서 안정적인 주행성능을 보여준다. 후륜구동 방식을 채택했으며 시원하게 치고 나가는 느낌은 독일의 고급세단과 견주어 봐도 나무랄 데 없는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세단의 외관을 띄고 있지만 주행감은 역동성에 무게를 둔 인상이다. 서스펜션(차량 바닥 충격흡수장치) 또한 동급 세단에 비해 단단한 느낌이다. 핸들링은 이전에 미국차에서 간혹 느껴지던, 운전대와 차체 움직임의 일체감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느낄 수 없었다. 제동도 부드럽지만 확실하게 멈춰준다.

다만 시속 150km 이상의 고속주행에서부터는 엔진 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정숙함을 세단의 주된 가치로 평가하는 운전자라면 흠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속도를 더 높이자 스포츠세단에서나 들을 수 있었던 큰 배기음이 들린다. 고속주행에 들어서면 잠시 숨을 고르다가 속도를 붙이는 느낌은 아쉬운 부분이다.

연비효율은 동급 세단에 비교해 볼 때 매우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CTS 3.0의 공인연비는 ℓ당 9.4km로 같은 배기량의 벤츠 E300(9.2km/ℓ), BMW 328i(9km/ℓ)를 웃돈다. 실측 연비는 도심과 고속도로를 번갈아가며 7~8km/ℓ 사이를 기록했다.

실내공간은 운전석에서는 불편함이 없었으나 키 184cm의 남성이 뒷좌석에 앉아보니 선루프 탑재로 인해 안쪽으로 패인 부분이 간혹 머리에 닿곤 했다. 이 점을 제외하고는 뒷자리에 성인 3명이 무난히 앉을 만 했다.
편의사양으로는 한글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적용된 7인치급 터치스크린과 후방카메라, 보스(Bose)의 스피커 8개짜리 오디오시스템을 적용했다. 고급 세단에 속하는 이 차의 등급에 비해 그리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가격은 기본형인 3.0 럭셔리가 4780만원으로 구형인 2.8(5140만원)보다도 360만원 인하했다. 기본 적용된 다양한 편의사양들을 따져보면 국산 대형세단에 비교해도 경쟁력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높은 가격대 성능비를 보여주는 차량임에도 아직 국내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올리고 있지 못하다. '캐딜락'이라는 브랜드에 대해 일반 소비자가 갖는 거리감은 여전한 걸까.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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