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은 다 챙기고 손실은 다른 사람에게 전가할 수 있다면 환상적인 투자입니다. 변동폭이 클수록 수익의 달콤함이 커지는 반면 손실은 없거나 제한적이기 때문에 공격적인 투자가 성행합니다.

대표적인 상품이 '옵션'입니다. 손해는 기껐해야 매입액뿐이고 잘하면 '대박'을 낼 수 있다는 희망에 많은 사람들이 불나방처럼 뛰어듭니다. 로또 복권 역시 '손실은 1000원이고 기대하는 수익은 수십억원'입니다.

"아파트 가격은 하방 경직성이 있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부동산 투자가 성행하는 이유입니다.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얘기이지만 수익에 비해 손실이 생길 가능성이 매우 적다는 이 말은 투자자들을 유인하는 현실적인 힘을 갖고 있습니다.

미국 투자은행들 역시 고수익에 눈이 멀었습니다. 경영자와 임직원들이 막대한 연봉과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모험적인 투자를 감행했습니다. 투자 실패의 혹독한 대가는 납세자들에게 전가했고 당사자들은 회사를 떠나는 정도의 손해로 마무리지었습니다. 엄청난 세금을 쏟아부어야 했고 실업의 고통까지 겪게 된 미국 국민은 분노했습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투자은행들에 '규제'의 재갈을 물리기로 작정한 이유입니다.

미국의 새로운 금융정책은 '수익과 손실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것입니다. 큰 손실이 나면 세금으로 살려야 하는 거대 은행의 폐해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큰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나 사모펀드에 손을 못대게 하고,매매차익을 겨냥한 투자도 금지시키겠다는 내용입니다.

이 조치는 빚을 내 주식이나 부동산을 사들이는 레버리지 투자를 위축시켜 자산시장 전반에 큰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비해 중국의 경기 과열을 차단하는 긴축 정책 가능성은 그리 우려할 만한 게 아닙니다. 중국의 부동산 대출이 급격히 늘고 물가가 들썩여 금리 인상 조치가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투자 수요가 여전히 많고 수출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어 경기 급락을 겁낼 단계는 아닙니다.

현승윤 금융팀장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