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3일 연속 급락한 뉴욕증시가 안정을 되찾을지 주목된다. 중국 긴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강도 높은 은행 규제책을 발표하면서 주식을 서둘러 처분하는 투자자가 급증했다. 게다가 오는 31일 임기가 끝나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재임 인준에 반대하는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나오고 있다는 소식에 투자심리가 더욱 위축됐다. 버냉키 의장이 연임하기 위해선 상원 인준 투표에서 찬성 60표를 얻어야 한다.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매가 빚어진 만큼 뉴욕증시는 한동안 불안한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선거운동을 방불케 할 정도의 강한 톤으로 월가 규제를 강조하고 있는 터여서 금융주 전망은 밝지 않은 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7일(현지 시간) 상하원 연두교서를 통해 월가 개혁에 대한 의지를 더욱 분명하게 밝힐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시장은 다시 출렁일 수 있다. 월가에서는 민주당이 텃밭인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패배하자 떠나는 민심을 붙잡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이 대중 정서에 호소할 수 있는 정책으로 돌파구를 찾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11월 중간 선거까지 포퓰리즘 정책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그래서 나오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작년 3월 이후 70%가량 상승했던 뉴욕증시가 본격적인 조정 과정을 거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에 반해 경제 회복 흐름 자체에 이상이 있는 게 아닌 만큼 일시적인 충격에 그칠 것이란 낙관론도 있다. 시중 유동성이 워낙 풍부한 만큼 주가가 조정을 받으면 곧바로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다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갈 곳을 찾지 못하는 돈이 결국 주식시장에 돌아올 것이란 얘기다.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는 27일 열리는 FRB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꼽을 수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제로 수준의 연방기금 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성명서에 출구전략과 관련한 언급이 포함될 경우 투자자들은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주식 매도에 나설 수 있다. 반대로 경기 부양을 위한 기존의 통화정책 방향을 다시 한번 확인하면 자신감을 찾은 투자자들이 공격적으로 주식을 사들일 가능성이 크다. 이번 주에는 일본,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헝가리,폴란드,인도 등의 통화 정책회의도 예정돼 있다.

29일 나오는 4분기 국내총생산(GDP) 예비치도 경기 회복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 전망이다. 마켓워치는 전문가들이 4분기 성장률을 5.5%로 예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업들의 실적 발표도 이어진다. 이번 주에는 다우 종목 12개와 S&P500 종목 130개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금융사 규제에 따른 정책 불확실 우려로 빛을 바래긴 했지만 상당수 기업은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에는 듀폰,보잉,캐터필라 등 업종 대표주들과 마이크로소프트(MS),애플,야후,아마존 등 주요 정보기술(IT)주들이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