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다음 달 법관 정기인사에서 서울 · 부산 · 대구 · 광주 지역 법원의 형사단독 판사에 10년차 이상 중견 판사를 임명키로 했다. 중견 판사가 부족한 지방 법원에서는 연차 높은 판사들의 '수도권행 '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대법원 고위 관계자는 24일 "각 법원장들이 판사회의 등을 통해 일선 판사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판사 경력 5년 이상이면 맡을 수 있는) 형사단독 판사를 10년차 이상으로 임명토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일환 법원행정처장은 25일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과의 실무교류 협력 협약식에 앞서 이 행사에 참석하는 수도권 고등 · 지방법원장들을 만나 이 같은 원칙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관계자는 "판사의 사무 분담은 각 법원장들의 재량이지만 그동안 충분한 공감대가 있었던 만큼 법원장이나 일선 판사들이 반대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며 "대법원 내규를 따로 고쳐 (강제적으로) 중견 판사를 임명토록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중견 판사들이 많은 서울 · 부산 · 대구 · 광주는 다음 달 정기인사에서 곧 바로 10년차 이상을 임명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들 이외 지역은 중견 법관 부족으로 단기간에 형사단독을 10년차 이상으로 바꾸기는 힘들 전망이다. 10~15년차 판사는 현재 500~600명 정도로 전체 형사단독 판사(약 300명)보다 많지만 상당수가 고등법원 배석판사로 근무하거나 법원행정처,사법연수원 등에서 행정직을 맡고 있어 수급에 한계가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중견 법관 인력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군소 지방 소재 법원의 연차 높은 판사들을 수도권으로 발령내는 것을 제한하는 방안 등도 검토 중"이라며 "법관 수를 늘리는 방안은 청사 확보 등의 문제로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의 이 같은 움직임은 '강기갑 무죄' 'PD수첩 무죄' 등으로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 형사단독 판사의 '이념 편향 판결'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강기갑 무죄 판결을 내린 판사가 경력 14년차,PD수첩 무죄 판결 판사는 11년차였다는 점에서 근본적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는 "단독판사 대신 3명으로 구성된 합의부에 사건을 많이 맡기는 방안도 있지만 판사 수급이 문제"라며 "각 방안에 대한 장 · 단점을 신중하게 검토해 효율적인 개선책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