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강도 높은 금융규제 방안에 대한 반발이 월가(금융)를 넘어 메인스트리트(제조업)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월가 금융사들은 대중 정서에 호소하는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반발하고 있고,제조업체 기업인들도 이로 인해 대출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급진적인 개혁으로 신용시장이 경색되면 경제가 위축돼 결국 일자리 창출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다.

월스트리트저널(WSJ) 23일 보도에 따르면 오하이오주 우스터에 있는 중소업체인 시만콥의 리처드 시만 사장은 "기업인 관점에서 봐도 금융 개혁은 필요하지만 정부가 직접 나서서 시장 경제를 좌지우지하기보다는 감독 강화를 통해 시장 위험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잔디 깎는 기계 등을 생산하며 시카고에 있는 은행들과 주로 거래하는 아리언스사의 다니엘 아리언스 사장은 "경기활성화를 꾀해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정부가 자금을 공급하는 대출자를 계속 두둘겨 팰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경영인들은 금융감독 규제 강화에 따른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 여부를 곰곰히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브릭스앤스트래톤의 도드 테스케 사장은 "대형 은행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 은행 비용부담이 커지고 이는 결국 금융소비자들에게 전가된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개혁 과정에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 감독당국의 위상과 함께 대형 은행에 대한 규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출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거액 보너스 지급으로 여론의 지탄을 받아온 월가 금융사에 대한 개혁을 강도 높게 밀어붙일 태세다. 오바마 대통령은 22일 오하이오주 로레인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가진 타운홀 미팅에서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고 수차례나 강조,당초 구상한 금융 규제를 추진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오바마는 27일 상하원 합동 연두교서에서도 신속한 금융개혁 입법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