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G2)의 돌출 악재로 국내 증시 앞날이 '시계제로'로 빠져들고 있다. '1월 효과'에 대한 기대도 머쓱해졌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은행규제안과 금융주 약세로 미국 증시가 지난주말 이틀째 급락했다는 소식에 전 거래일보다 21.58포인트(1.28%) 내린 1662.77로 출발했다. 외국인의 팔자세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개인과 기관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1670선 탈환에 주력하고 있지만 하락세는 지속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안전자산 선호로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내며 주간 환율 거래를 상승세로 출발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인 지난 22일보다 1.5원이 오른 1152.5으로 출발했다.

미국의 은행규제안 후풍폭으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증시에 강한 충격을 주고 있고, 중국의 긴축 전환 우려까지 더해지며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이슈들이 펀더멘털(기초체력)에 관한 것이 아니라 다분히 심리적 측면이 강한 만큼 변동성 확대를 투자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다만 심리적 영향으로 외국인 자금의 이탈 등 수급 우려가 계속될 수 있는 만큼 진입 시점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고개를 들고 있다.

◆ 해외발 악재 반응 과도…"가격이 아닌 가치에 수렴"

김중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발(發) 악재로 증시가 급락했지만 재료에 비해 과도한 반응이라며 정보기술(IT) 등 기존 주도주와 원자력 관련주 중심의 매수 대응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김중현 연구원은 "미국 증시와 마찬가지로 국내증시 역시 지난 두 달동안 별다른 조정없이 상승세를 이어오며 전고점을 넘었다는 점에서 미국의 금융규제안이 기술적 조정의 빌미로 작용했다"면서 "특히 외국인들의 대규모 선현물 매도와 사상 최대 규모의 선물매도 공세는 다분히 시장의 불안심리 확대를 겨냥한 투기적 매도 세력으로 진입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하지만 이러한 측면들이 국내 증시의 추가 급락을 불러오기에는 자체적인 한계점이 뚜렷하다"
면서 "재료의 내용 자체가 펀더멘털과 무관한 심리적인 불확실성에 기인한 것이고 지난해 11월 두바이월드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증시가 휩싸였던날 1만5000계약을 순매도한 외국인의 투기적 압박에도 다음달부터 두 달여 동안 상승랠리가 지속된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2일 코스피지수가 37.66포인트 하락한 것보다는 장중 저점에서 회복한 18.75포인트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기존 주도주인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중심의 IT주와 자동차, 원전관련주에 대한 매수 대응을 유지하되 관심대상을 주도주 범위로 국한시키고 추이를 살펴보는 전략이 유효해 보인다"고 말했다.

양창호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긴축 움직임은 주식시장에 결정적인 악재가 아니고 미국 은행규제안 역시 단기 변동성 확대요인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중국의 금리인상은 매우 당연한 수순이고 금리인상이 던지는 또다른 의미는 경기가 올라오고 있다는 것인 만큼 '금리정상화'라고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미국의 은행규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지만 장기간 증시에 악영향을 줄 재료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양 애널리스트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개혁안이 나오자 국내 주식시장에도 치명적인 '위험자산 회피현상'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 "중국 긴축조짐이 예견된 변수라면 이번 오바마의 은행개혁안은 예상치 못했던 악재라는 측면에서 그 충격이 배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유동성을 축소시킨 원인이 실물경제의 이상징후에 있지 않고 선제적인 위험관리를 위한 정부규제 때문이라면 아직 기대를 접을 때는 아니다"면서 "규제에 대한 논의는 순전히 미국 금융에 대한 것이지 실물경제에 대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논의되고 있는 중국의 긴축 움직임이나 미국 은행규제와 같은 정책들의 행간을 읽어보면 미국이나 중국이나 다시는 버블에 당하지 않겠다는 굳은 다짐을 드러낸 것"이라며 "이는 주식시장에 성장통을 가져올 수는 있지만 그 자체로 실물경제와는 무관한 얘기"라고 말했다.

양 애널리스트는 또 "증시 격언 중에 가격의 노예가 되지 말고 가치의 주인이 되라는 말이 있다"면서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확대되는 것에 유의해야 겠지만 변동성이 커질 때만다 주식비중을 늘리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 악재 지속성 예고…"수급이 재료에 우선한다"

한국투자증권은 미국과 중국발 거센 외풍으로 코스피 순항이 당분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금융 규제안으로 미국 증시가 이틀째 급락세를 보이면서 악재의 지속성을 예고했고, 중국 역시 높은 성장률과 가시화되는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경기 정점 신호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박가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및 중국발 악재가 동시에 돌출돼 이번주 초반에는 증시 약세가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다만 코스피지수 50일 이동평균선이 위치하는 1640선에서 소폭 반등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증시가 시간이 갈수록 금융 규제안이 주는 영향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 지난해 돌발 악재로 인한 증시 급락은 금융 위기와 관련된 잔재인 CMA-CGM社와 두바이월드 모라토리움 등이 주된 원인이었지만 이번 미국의 금융 규제안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타격이라는 설명이다.

박 연구원은 "영향력의 범위가 광범위할 것이라는 추측이 불확실성을 양산하고 있다"면서 "이번 미국 금융 규제안은 시간이 지나 재평가될 업적이 될 지언정 당장은 금융기관들의 팔다리를 결박하는 악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증시의 급락을 준용해 국내 증시가 추가적으로 2%의 급락세를 보이게 될 경우 코스피지수는 50일 이동평균선이 위치하는 1640선까지 밀려나게 된다"면서 "낙폭과대 인식과 50일 이평선의 지지력이 작용할 경우 소폭의 반등은 가능할 수 있지만 규제안의 유효성을 감안할 때 단기간내 낙폭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수급을 제외하면 미국 금융기관 규제는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이지만 '수급이 재료에 우선한다'는 증시 격언처럼 일차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수급상의 문제는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 연구원은 "지난해 국내에 들어온 자금 중 미국계 자금이 23조원 정도로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이 중에는 '롱펀드' 외에 헤지펀드성 단기자금도 포함돼 있다"면서 "이러한 자금 중 일부는 뉴스에 따라 한국 시장에서 떠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빠른 시일 내에 이 미국 은행규제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심리적인 부담은 지속될 수 있다"면서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문제가 될 것이 아니지만 심리적으로 보면 수급상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뉴스가 될 수 있는 만큼 비는 일단 피하는 것이 상책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