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 'CB실험' 일자리 모델로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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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사업에 수익성 추가
'돈 버는 비즈니스'로 진화
행안부, 전국 지자체에 전파
'돈 버는 비즈니스'로 진화
행안부, 전국 지자체에 전파
25일 오전 전남 순천시 여성문화회관 1층.예전 관장실을 개조해 만든 10여평 남짓한 제빵실에서 이응갑씨(56 · 여 · 순천시 연향동)가 갓 구워낸 빵과 과자를 정리하느라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이씨는 "빵을 구우면서부터 건강과 보람을 함께 찾아가고 있다"며 "빵 과자를 만드는 이 순간이 제일 행복하다"고 말하며 밝게 웃었다. 여성문화회관 제과제빵봉사단 소속으로 활동 중인 이씨는 지난해 이곳에서 일한 뒤로 불면증이 싹 가셨을 뿐 아니라 불우한 이웃을 돕고 얼마 안되는 급여지만 가계에 일조하면서 비로소 자신의 존재를 재발견하게 됐다고 말했다. 제빵실에는 이씨 등 9명의 주부들이 오븐에서 빵을 구워내며 인생을 재설계하고 있다.
순천시 여성문화회관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커뮤니티 비즈니스'(CB) 실험 때문이다. CB란 지역의 문제를 지역민 스스로 풀어가는 사업 모델로 공익사업에 수익성을 가미시킨 것이다. 복지와 일자리 창출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목적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1일 국무총리실과 노동부 등 관계 부처와 공동으로 '제1차 지역 일자리 창출 전략회의'를 가진 자리에서 전남 순천시의 CB 사례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전파하기로 결정했다.
2004년부터 벌여온 제과제빵봉사단의 활동이 꽃피우게 된 것도 2008년 CB라는 개념이 본격 도입되면서부터다. 이전까지만 해도 봉사단의 활동은 문화강좌를 듣는 주부들이 자발적으로 봉사모임을 꾸려 1년에 한두 차례 인애원 등 지역 내 사회복지시설을 찾던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다 2007년 11월 전기를 맞이했다. 당시 자치단체장들과 일본 연수를 갔던 노관규 순천시장은 실업 등 지역 문제를 커뮤니티 복원을 통해 제도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CB 사례를 접하고 국내 도입을 결심했다.
순천시는 CB 실험 첫 후보로 제과제빵봉사단을 선정,전용 공간과 함께 2000만원의 시비를 지원했다. 발효기 오븐기 찜기와 작업대 등을 갖춘 봉사단은 단순한 취미 · 봉사활동에서 사업 성과를 내는 CB의 한 모델로 진화했다. 사업이 확장되면서 복지시설 방문봉사도 연간 4~5회로 늘어나고 결식아동과 소년소녀가장 등으로 수혜의 폭도 크게 늘어났다. 특히 밀과 버터 등 빵의 재료가 국내산이어서 안전한 먹거리면서 맛도 뛰어나다는 입소문을 타 이곳에서 만든 '순천사랑 빵'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주문이 쏟아지면서 빵 만드는 날이 주 1일에서 5일로 늘어났으며,여성문화회관 현관 판매대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순천만 쉼터' 등으로 새 판매처가 속속 확보됐다. 이에 힘입어 2008년 2300만원,지난해 2600만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는 3000만원 매출 목표를 설정해둔 상태다.
김해옥 제과제빵봉사단 회장(50)은 "기대 이상의 매출로 더 많은 불우이웃을 도울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 전업 작업자들에게 월 50만~7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면서 공익과 수익을 함께 충족시키는 제도로 뿌리내리고 있다"며 "참여 주부들이 우리 사회의 당당한 경제활동 인구라는 자부심을 갖게 된 점도 큰 소득"이라고 소개했다. 노 시장은 "CB가 활성화되면 노인복지와 여성일자리,청년실업 등 각종 지역문제를 주민 스스로 해결해가는 능력이 배양된다"며 "그러나 긴 호흡을 갖고 접근해야 할 사업이어서 우선 올해는 시청 내 CB 전담 조직 신설과 함께 공무원 및 시민 교육,새로운 사업원 발굴 등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순천=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