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두툼해진 보너스를 쥔게 된 월가 금융인들이 예전처럼 고가품 소비에 다시 뛰어들 움직임이다.차이가 있다면 요란하지 않게 조용히 돈을 쓰려는 경향이 뚜렷하다.거액 보너스로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24일 금융위기 이후 ‘절약 피로증’에 시달려온 월가 금융인들이 덜 드러나면서 소비 욕구를 채우는 방식으로 다시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골드만삭스는 직원 1인당 평균 49만8000달러,모건스탠리는 1인당 평균 23만5000달러를의 지급할 계획이다.골드만삭스에서 14년동안 임원으로 근무했던 자넷 한손씨는 “월가 금융인들은 상사들로부터 신중하게 소비할 것을 권고받고 있다”고 전했다.백만달러 이상의 보너스를 지급받은뒤 곧바로 수십만달러의 고가 승용차를 구입하면 주위로부터 지탄을 받게 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맨해튼에서 고가 자동차대여업을 하는 브라이언 밀러 사장은 “같은 비용이라면 월가 고위 임원들은 롤스로이스 팬텀보다는 주목을 덜 받을 수 있는 밴트리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삭스피프스애버뉴는 다음 달에 한벌에 2만1000달러인 맞춤형 양복 판촉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삭스의 수잔 존슨 지점장은 “최근 월가 금융사에 다닌다는 고객이 자신의 부인에게 선물하겠다며 5000 달러 짜리 이어링을 구입한 사례도 있다”고 소개했다.

맨해튼 메드슨가에 몰려있는 고가품 상가도 작년말부터 점차 활기를 되찾고 있다.첼시아에 화랑을 운영하고 있는 바바라 글래스톤씨는 “작년 가을부터 예술품 판매가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월가 금융사들의 수익성이 회복됐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상가를 찾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최근에는 버몬트 등 휴양지의 압류 고가 주택에도 월가 금융인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하지만 전문가들은 2007년 수준으로 고가품 판매가 활성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