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과장 & 李대리] 컬쳐 디바이드‥스마트폰도 없다? 아바타도 안봤다? "당신, 노땅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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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다리서 마니아로…무시당해 아이폰 샀더니 회사에서도 '만지작'
탱구·깝권·우결…10년전엔 '핫'대신 '에쵸티'라 불렀는데
탱구·깝권·우결…10년전엔 '핫'대신 '에쵸티'라 불렀는데
#사례 1.중소기업에 다니는 김상현 과장(38)은 5년째 똑같은 휴대폰을 쓴다. '잘 터지고 잘 들리면 그만'이라는 주의다. 문자도 어지간하면 불편해서 안 쓰고,인터넷이나 영상통화는 사용할 생각도 않는다. 그런 그가 최근 부서 회식 자리에서 놀림감이 됐다. 아이폰을 사용하는 대리가 화제를 주도하면서 '어플'과 '앱스토어'라는 표현을 몇 번 사용하자 김 과장은 옆자리 후배에게 "쟤는 왜 '애플'이라고 안 하고 '어플'이라고 발음하냐?"고 물은 것이다. 한술 더 떠 "아이폰은 앱스토어라는 곳에서만 파나 보지?"라고 했다. 부원들이 배를 잡고 데굴데굴 구른 것은 당연지사.김 과장은 나중에 '어플'이 프로그램을 뜻하는 '애플리케이션'의 줄임말이며,앱스토어는 아이폰 전용 프로그램 장터라는 것을 알았지만 때는 늦었다.
#사례 2.대기업에 다니는 한지혁 과장(35)도 작년 말 비슷한 경험을 했다. '아바타'를 아느냐는 팀장의 질문에 과거 프리챌 시절의 경험을 떠올리며 "예,온라인에서 쓰는 자기 캐릭터인데요,'분신'이라는 뜻에서 나온 말입니다"라고 당차게 대답한 것.팀장은 "아니,그거 말고 요새 3D 영화 있잖아.어떻게 한 과장은 40대인 나보다 더 세상을 모르나?"라며 면박을 줬다. 벌겋게 얼굴이 달아오른 한 과장은 그날 저녁 인터넷으로 아바타 영화파일을 구하려 했지만 허탕만 치고 말았다.
요즘 직장 내 신세대 · 구세대를 가르는 기준은 나이가 아니다. '신(新)문물'을 얼마나 잘 받아들이느냐다. 파워포인트와 엑셀을 얼마나 잘 다루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스마트폰으로 트위터에 접속하고,영화 아바타도 3D로 봐줘야 젊은 직원들의 탄성을 들을 수 있다. 노래방에 가면 걸그룹 카라의 '미스터'나 브라운아이드걸스(브아걸)의 '사인' 후렴구 정도는 맞춰 불러주거나 춤을 따라하는 센스가 없는 사람은 금방 '늙다리' 취급이다. 이른바 '컬처 디바이드(culture devide)'다. 요즘 김 과장,이 대리들 중에는 직장 내 컬처 디바이드를 극복하려고 애쓰다 아예 신문물에 푹 빠져버린 이들이 적지 않다.
◆남성 직장인의 최신 장난감 '스마트폰'
자동차 · 오디오 · 카메라.오랫동안 '성인 남자의 3대 장난감'으로는 꼽혀온 품목이다. 요즘은 하나가 더 추가됐다. 스마트폰이다. 컨설팅 업체에서 일하는 안성호씨(31)는 출퇴근 시간에 자동차 대신 지하철을 타는 비중이 늘었다. 스마트폰으로 '놀기' 위해서다. 네이버에 접속해 웹툰 '마음의 소리'를 챙겨 보고,오카리나 연습을 하고,트위터에 접속해 친구들이 남긴 글을 읽다 보면 출근길 한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간다. 스마트폰에 빠져 내릴 역을 지나친 일도 허다하다.
'디자인이 예쁘다'는 이유로 스마트폰을 선택한 여성 직장인들도 다양한 '어플'에 매료되는 일이 흔하다. 직장인 최지윤씨(28)는 "미국 드라마를 언제 하는지 정리해주는 어플,대중교통 어플,생리주기 어플,더치페이 도와주는 어플 등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지각했을 때 스마트폰으로 MSN 메신저에 로그인해 지각 안한 척하는 기술까지 터득했다"고 털어놨다.
스마트폰 사용자와 비사용자 사이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 생기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 마케팅팀의 김모 팀장(46)은 "작년 말 '회식장소까지 어떻게 가야 하느냐'고 물었는데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직원들이 냉큼 '서울 맛집' 어플을 클릭하더라"며 "114에 전화하던 다른 직원이 멋쩍어 하는 바람에 한바탕 웃었다"고 했다.
◆약정 안 끝난 사람에겐 '그림의 떡'
중소기업에 다니는 이은영씨(30 · 여)는 "아직 기존 휴대폰 약정이 안 끝나서 스마트폰으로 바꾸지 못하고 있다"며 "삼성 LG 구글 등에서 업그레이드한 스마트폰 모델이 나온다니 '(더 좋은 폰으로 바꿀 수 있는) 약정의 새옹지마'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스마트폰이 '족쇄'라는 주장도 적잖게 나온다. 아무 곳에서나 이메일 확인이 가능하다 보니 '제가 외부에 있어서 나중에 이메일을 확인하고 업무를 추진하겠다'는 핑계를 댈 수가 없다. 외국계 홍보대행사의 장모 차장(36)은 최근 팀장에게 "아이폰을 장만했다"고 자랑했다가 크게 후회하고 있다. 팀장이 수시로 "급해서 그러는데 장 차장이 내 대신 이메일 좀 열어보고 클라이언트한테 답장해줘"라고 부탁하기 때문.그는 "팀장은 카메라도 없는 2G 휴대폰을 쓰면서도 사는 데 아~무 지장 없다며 자랑하는 사람"이라며 "아이폰 기능을 자랑하지 말 걸 그랬다"고 푸념했다.
◆아바타 5종 · 트위터 조출족…
아이폰 못잖게 아바타도 요즘 직장인 신세대를 판가름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종욱 대리(30)는 영화 아바타에 푹 빠진 '아바타 폐인'이다. 네 번이나 봤다. 처음에 2D로 봤는데 주위에서 '그건 아바타를 보고 온 게 아니라 듣고 온 거'라고 비아냥대는 바람에 디지털 3D를 어렵사리 예매해서 한 번 더 봤다. 이어 영사기 2대가 돌아가 입체감을 배가했다는 '리얼D 3D'로 한 번 더 봤다. 마지막에는 3D영화의 백미로 꼽히는 '아이맥스'로 봤다.
3D 영화들을 볼 때면 늘 야근을 했다. 연일 매진이라 평일 새벽 시간에만 표를 구할 수 있어서다. 그는 "아바타 스토리보다도 기술의 변화에 주목해서 보다 보니 진동 · 바람소리가 나온다는 4D도 보고 싶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아바타 마니아들이 새벽 영화 보느라 졸고 있는 사이 트위터 족들은 새벽 출근을 하느라 졸고 있다. 트위터는 마이스페이스나 페이스북,싸이월드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일종이지만 자신이 쓰는 글을 실시간으로 받아 보는 '팔로어(follower)' 개념이 들어간 것이 특징이다. 한 번에 140자까지밖에 남길 수 없어 단편적이지만 메모식으로 대화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200여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홍모 대리는 "트위터를 하려고 오전 5시30분에 집을 나서 6시30분에 도착한다"며 "팔로어들한테 대답하고,새 글을 업데이트하고,링크한 글들을 읽다 보면 8시30분 정시 출근 시간이 된다"고 전했다. 근무시간에는 도저히 시간을 충분히 낼 수 없어 생긴 버릇이다.
◆브아걸 · 탱구 · 깝권은 누구?
연예인들에 대한 각종 애칭이나 요즘 뜨는 노래는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는 신 · 구세대의 가늠자다. 10년 전에는 'H.O.T'를 '핫'이라고 읽으면 구세대,'에쵸티'라고 읽으면 신세대라 했다. 요새는 'SS501'이다. '더블에스오공일'로 읽으면 신세대지만 '에스에스오공일'이나 '에스에스오백일'로 읽으면 구세대다. '따블에스오공일'도 에러다. '노티난다'는 이유에서다.
건설업체에 다니는 김현우 대리(36)는 걸그룹 '소녀시대'의 팬이다. 하지만 그는 최근 다섯 살 연하 후배와 얘기하다 좌절했다. 후배가 "소시에서 젤 예쁜 건 탱구랑 시카"라는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른 것.소시는 소녀시대의 줄임말,탱구와 시카는 멤버 태연과 제시카의 애칭이었다. 그는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고 얼마 전까진 나도 신입사원으로 귀여움을 받았는데 요샌 우결(우리 결혼했어요 프로그램의 준말)이니 깝권(남성 아이돌 그룹 2AM 멤버 조권의 별명)이니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너무 많다"고 하소연했다.
이상은/이관우/이정호/김동윤/정인설/이고운 기자 selee@hankyung.com
#사례 2.대기업에 다니는 한지혁 과장(35)도 작년 말 비슷한 경험을 했다. '아바타'를 아느냐는 팀장의 질문에 과거 프리챌 시절의 경험을 떠올리며 "예,온라인에서 쓰는 자기 캐릭터인데요,'분신'이라는 뜻에서 나온 말입니다"라고 당차게 대답한 것.팀장은 "아니,그거 말고 요새 3D 영화 있잖아.어떻게 한 과장은 40대인 나보다 더 세상을 모르나?"라며 면박을 줬다. 벌겋게 얼굴이 달아오른 한 과장은 그날 저녁 인터넷으로 아바타 영화파일을 구하려 했지만 허탕만 치고 말았다.
요즘 직장 내 신세대 · 구세대를 가르는 기준은 나이가 아니다. '신(新)문물'을 얼마나 잘 받아들이느냐다. 파워포인트와 엑셀을 얼마나 잘 다루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스마트폰으로 트위터에 접속하고,영화 아바타도 3D로 봐줘야 젊은 직원들의 탄성을 들을 수 있다. 노래방에 가면 걸그룹 카라의 '미스터'나 브라운아이드걸스(브아걸)의 '사인' 후렴구 정도는 맞춰 불러주거나 춤을 따라하는 센스가 없는 사람은 금방 '늙다리' 취급이다. 이른바 '컬처 디바이드(culture devide)'다. 요즘 김 과장,이 대리들 중에는 직장 내 컬처 디바이드를 극복하려고 애쓰다 아예 신문물에 푹 빠져버린 이들이 적지 않다.
◆남성 직장인의 최신 장난감 '스마트폰'
자동차 · 오디오 · 카메라.오랫동안 '성인 남자의 3대 장난감'으로는 꼽혀온 품목이다. 요즘은 하나가 더 추가됐다. 스마트폰이다. 컨설팅 업체에서 일하는 안성호씨(31)는 출퇴근 시간에 자동차 대신 지하철을 타는 비중이 늘었다. 스마트폰으로 '놀기' 위해서다. 네이버에 접속해 웹툰 '마음의 소리'를 챙겨 보고,오카리나 연습을 하고,트위터에 접속해 친구들이 남긴 글을 읽다 보면 출근길 한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간다. 스마트폰에 빠져 내릴 역을 지나친 일도 허다하다.
'디자인이 예쁘다'는 이유로 스마트폰을 선택한 여성 직장인들도 다양한 '어플'에 매료되는 일이 흔하다. 직장인 최지윤씨(28)는 "미국 드라마를 언제 하는지 정리해주는 어플,대중교통 어플,생리주기 어플,더치페이 도와주는 어플 등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지각했을 때 스마트폰으로 MSN 메신저에 로그인해 지각 안한 척하는 기술까지 터득했다"고 털어놨다.
스마트폰 사용자와 비사용자 사이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 생기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 마케팅팀의 김모 팀장(46)은 "작년 말 '회식장소까지 어떻게 가야 하느냐'고 물었는데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직원들이 냉큼 '서울 맛집' 어플을 클릭하더라"며 "114에 전화하던 다른 직원이 멋쩍어 하는 바람에 한바탕 웃었다"고 했다.
◆약정 안 끝난 사람에겐 '그림의 떡'
중소기업에 다니는 이은영씨(30 · 여)는 "아직 기존 휴대폰 약정이 안 끝나서 스마트폰으로 바꾸지 못하고 있다"며 "삼성 LG 구글 등에서 업그레이드한 스마트폰 모델이 나온다니 '(더 좋은 폰으로 바꿀 수 있는) 약정의 새옹지마'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스마트폰이 '족쇄'라는 주장도 적잖게 나온다. 아무 곳에서나 이메일 확인이 가능하다 보니 '제가 외부에 있어서 나중에 이메일을 확인하고 업무를 추진하겠다'는 핑계를 댈 수가 없다. 외국계 홍보대행사의 장모 차장(36)은 최근 팀장에게 "아이폰을 장만했다"고 자랑했다가 크게 후회하고 있다. 팀장이 수시로 "급해서 그러는데 장 차장이 내 대신 이메일 좀 열어보고 클라이언트한테 답장해줘"라고 부탁하기 때문.그는 "팀장은 카메라도 없는 2G 휴대폰을 쓰면서도 사는 데 아~무 지장 없다며 자랑하는 사람"이라며 "아이폰 기능을 자랑하지 말 걸 그랬다"고 푸념했다.
◆아바타 5종 · 트위터 조출족…
아이폰 못잖게 아바타도 요즘 직장인 신세대를 판가름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종욱 대리(30)는 영화 아바타에 푹 빠진 '아바타 폐인'이다. 네 번이나 봤다. 처음에 2D로 봤는데 주위에서 '그건 아바타를 보고 온 게 아니라 듣고 온 거'라고 비아냥대는 바람에 디지털 3D를 어렵사리 예매해서 한 번 더 봤다. 이어 영사기 2대가 돌아가 입체감을 배가했다는 '리얼D 3D'로 한 번 더 봤다. 마지막에는 3D영화의 백미로 꼽히는 '아이맥스'로 봤다.
3D 영화들을 볼 때면 늘 야근을 했다. 연일 매진이라 평일 새벽 시간에만 표를 구할 수 있어서다. 그는 "아바타 스토리보다도 기술의 변화에 주목해서 보다 보니 진동 · 바람소리가 나온다는 4D도 보고 싶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아바타 마니아들이 새벽 영화 보느라 졸고 있는 사이 트위터 족들은 새벽 출근을 하느라 졸고 있다. 트위터는 마이스페이스나 페이스북,싸이월드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일종이지만 자신이 쓰는 글을 실시간으로 받아 보는 '팔로어(follower)' 개념이 들어간 것이 특징이다. 한 번에 140자까지밖에 남길 수 없어 단편적이지만 메모식으로 대화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200여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홍모 대리는 "트위터를 하려고 오전 5시30분에 집을 나서 6시30분에 도착한다"며 "팔로어들한테 대답하고,새 글을 업데이트하고,링크한 글들을 읽다 보면 8시30분 정시 출근 시간이 된다"고 전했다. 근무시간에는 도저히 시간을 충분히 낼 수 없어 생긴 버릇이다.
◆브아걸 · 탱구 · 깝권은 누구?
연예인들에 대한 각종 애칭이나 요즘 뜨는 노래는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는 신 · 구세대의 가늠자다. 10년 전에는 'H.O.T'를 '핫'이라고 읽으면 구세대,'에쵸티'라고 읽으면 신세대라 했다. 요새는 'SS501'이다. '더블에스오공일'로 읽으면 신세대지만 '에스에스오공일'이나 '에스에스오백일'로 읽으면 구세대다. '따블에스오공일'도 에러다. '노티난다'는 이유에서다.
건설업체에 다니는 김현우 대리(36)는 걸그룹 '소녀시대'의 팬이다. 하지만 그는 최근 다섯 살 연하 후배와 얘기하다 좌절했다. 후배가 "소시에서 젤 예쁜 건 탱구랑 시카"라는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른 것.소시는 소녀시대의 줄임말,탱구와 시카는 멤버 태연과 제시카의 애칭이었다. 그는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고 얼마 전까진 나도 신입사원으로 귀여움을 받았는데 요샌 우결(우리 결혼했어요 프로그램의 준말)이니 깝권(남성 아이돌 그룹 2AM 멤버 조권의 별명)이니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너무 많다"고 하소연했다.
이상은/이관우/이정호/김동윤/정인설/이고운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