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고위 공직자와 이들의 아들을 병역 면제자로 조작한 뒤 인터넷을 통해 퍼뜨린 대학교수와 진보 성향의 인터넷신문 칼럼니스트 등이 사건 발생 6개월 만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5일 현 정부 고위 공직자들의 병역사항을 조작해 만든 문건 등을 인터넷에서 퍼나른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박모씨(30)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작년 7월부터 9월까지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과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등이 포함된 병역면제자 명단을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포털뉴스의 댓글 등을 통해 전파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가짜 명단을 처음 작성한 것으로 지목된 박씨는 작년 7월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서 실제로 병역을 면제받은 고위공직자들과 함께 정정길 대통령 실장의 아들과 이 수석이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허위 사실을 적었다.

진보 성향의 인터넷 정치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다른 박모씨(37)는 명단을 그림 파일로 만들어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렸고 모 사립대 교수 홍모씨(44)는 인터넷 언론에 기고하며 명단을 함께 실은 것으로 조사됐다.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고위 간부로 활동해 온 홍씨는 경찰에서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명단을 보고 글과 함께 실었고 이 수석 등이 실제로 군대에 다녀온 사실은 알지 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가 작성한 '병역면제자 명단'이 인터넷에 떠돌면서 군필자인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안 장관도 면제자로 추가됐다. 이 명단은 작년 9월 정운찬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의 병역 문제와 경찰의 병역비리 수사에 이목이 쏠리면서 빠른 속도로 퍼졌다.

경찰은 작년 10월 이 수석과 안 장관이 자신의 병역사항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불특정 다수의 네티즌을 고소하자 수사에 착수해 36명의 네티즌을 적발,최초 유포자인 박씨와 상습적 · 악의적으로 퍼나른 4명을 이번에 사법처리했다.

입건되지 않은 네티즌 중에는 현직 교사와 정부 부처 서기관급 공무원도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는 허위사실을 옮기는 행위가 죄가 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관련법상 명예훼손죄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돼 있다"며 "허위사실이나 유언비어를 유포하는 명예훼손 행위는 끝까지 추적해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