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통신3社 CEO "보조금 경쟁 없었으면 애플 같은 회사 나왔을텐데…"
"보조금 경쟁을 안했더라면 애플 같은 회사가 나왔을 텐데…."(이상철 LG텔레콤 부회장) "현찰 뿌리는 마케팅을 자제하면 경쟁의 수준이 달라질 것이다. "(이석채 KT 회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주재로 25일 서울 시내 음식점에서 열린 통신업계 최고경영자(CEO) 신년 간담회에서 쏟아져 나온 말들이다. 수십만원에 이르는 보조금을 뿌려가며 소모적인 가입자 유치경쟁을 벌여온 통신 CEO들의 자성 목소리이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통신 3사가 치열한 경쟁을 통해 기른 실력으로 세계 정보기술(IT) 시장에서 우뚝 설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석채 회장,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이상철 부회장,최호 온세텔레콤 사장 등이 참석했다.

◆휴대폰 보조금 줄어든다

SK텔레콤 KT LG텔레콤 등 이통 3사는 다른 회사에서 옮겨오는 번호이동 가입자나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매년 적지않은 휴대폰 보조금을 쓴다.

이통사 대리점에서는 출고된 지 5~6개월이 지난 50만~60만원대 휴대폰을 공짜로 받을 수 있을 정도다. 통신 3사가 지난해 쓴 휴대폰 보조금은 8조원에 달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2008년 기준으로는 이통 3사의 마케팅비는 5조9165억원이었으며 이중 80%가량이 휴대폰 보조금이었을 것으로 방통위는 보고 있다.

이상철 LG텔레콤 부회장은 "이통 3사가 가입자 유치를 위해 쓰는 휴대폰 보조금을 연구개발(R&D)에 썼더라면 우리나라에도 애플 같은 회사가 나왔을 것"이라며 보조금 경쟁을 지양하자고 제안했다. 방통위는 이통사의 휴대폰 보조금 혜택이 1~2개월마다 가입 이통사를 바꾸는 '메뚜기족'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다른 가입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보조금 범위를 정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준비 중이다.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유치를 위해 20만~30만원의 현금을 지급하는 마케팅 경쟁도 도마에 올랐다. 이석채 회장은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는 현찰을 주고 가입자를 서로 뺏고 있는데 이것부터 지양하고 제대로 경쟁하는 풍토를 만들자"고 말했다.

◆통신 3강,경쟁 통해 한국 IT 키워야

최 위원장은 '경쟁'을 강조했다. "치열한 각축 속에서 적자생존을 하는 것이 통신발전에 도움이 된다"며 "통신 3사는 이를 통해 한국을 세계 IT 시장의 정상에 올려놓아야 한다"고 했다.

이 발언의 배경은 무선 인터넷이다. 작년 말 아이폰 출시를 계기로 국내 스마트폰과 무선 인터넷 시장이 급팽창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방통위는 작년 말 104만대였던 국내 스마트폰 보급대수가 올해 말에는 360만대로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최 위원장은 "무선 인터넷 활성화를 직접 이끌겠다는 의지에서 아이폰을 장만했다"며 "방통위도 이를 위한 통신환경을 만들고 도움을 줄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적극적인 해외시장 진출도 화두에 올랐다. 이상철 부회장은 "앞으로 경쟁은 내부가 아닌 세계 무대에서 하자"며 "올해는 세계로 뻗어가는 IT한국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만원 사장은 "앞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화답했다. SK텔레콤은 SK네트웍스 등 그룹 계열사들이 확보한 해외 영업망을 활용해 해외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