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규 은행연합회장(사진)은 "반드시 겸직해야 할 불가피한 사유가 없다면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것이 이번에 발표한 은행 사외이사 제도 모범 규준의 기본 정신"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26일 "큰 방향은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CEO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려면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주주총회에 제출한 정관 개정안이 부결되는 등 겸임에 대한 주주들의 의지가 확고하게 확인된 경우에만 (CEO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는 것이)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이사회 의장을 매년 뽑도록 해놨기 때문에 1년에 한 번씩 지배구조에 대한 공시를 해야 한다"며 "CEO가 이사회 의장을 계속 겸직하는 곳은 시장의 감시와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오는 3월 주총에서 은행들이 사외이사 모범규준을 반영해 정관을 개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사회 의장은 은행장(또는 회장)이 맡는다'고 명시했던 은행들은 '이사회에서 의장을 호선한다'로 바꾸고,사외이사 임기를 2년으로 늘리며,사외이사 총 임기 상한을 5년으로 제한하는 등 모범규준을 다 수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 회장은 "사외이사를 거수기로 전락시킨 일부 시중은행 모델과 사외이사들이 집단 권력화한 KB모델을 모두 지양한 것이 새 모범규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쪽은 사외이사들을 너무 약화시켜 놨고 다른 한쪽은 견제와 균형이 아니라 (사외이사들이)군림하는 체제를 구축했다"며 "양쪽 모두 너무 많이 나갔기 때문에 그 중간에서 균형점을 찾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견제 기능을 강화하면서 집단 권력화 방지에도 신경을 썼다"며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하되 매년 선임절차를 밟도록 한 것,전체 사외이사의 20%를 매년 교체하도록 한 것,사외이사 추천 이유와 활동내역을 세밀하게 공시하게 한 것 등이 바로 그런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사외이사 추천위원회에 시민단체나 사회단체가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일부 견해에 대해서는 "주식회사는 외부 단체가 아니라 주주의 감시를 받는 게 맞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신 회장은 정부 소유 은행인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의 경우 이사회 의장을 굳이 분리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밝혔다. 그는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상시 감시하고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감사원,국회까지 다 들여다보고 있어 CEO가 전횡을 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개선방안이 '관치'의 결과물이라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는 "금융연구원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해외 사례를 참조해 가며 실무자들이 사심 없이 만든 안"이라며 "정략적 목적 같은 것은 애시당초 없었다"고 말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