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재정적자로 최근 국가신용등급까지 강등된 그리스가 80억유로 규모 국채 발행에 성공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그리스에 더 확실한 재정난 타개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그리스 농민들까지 보조금 인상 시위를 벌이는 등 그리스 정부는 여전히 안팎으로 곤란한 입장에 처해 있다.

그리스 재무부는 25일 80억유로 규모의 5년 만기 국채 입찰에 총 250억유로의 자금이 몰렸다고 밝혔다. 발행금리는 연 6.2%로 일반 국채보다 약 0.3%포인트 높았다.

시피로스 파파니콜라우 그리스 국채관리청장은 "이번 국채 발행 성공은 그리스 정부가 필요한 재원을 스스로 조달할 능력이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채 발행이 그리스에 시간을 벌어줬다"고 평가했다.

그리스 정부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12.7%까지 치솟은 재정적자를 2012년까지 2.8%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530억유로 규모 국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회원국들과 신용평가사들은 그리스 정부의 재정적자 축소 대책이 노조 등으로부터 합의를 얻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며 재정적자 축소 가능성에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는 지난해 12월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한 단계 내렸으며,무디스도 'A1'에서 'A2'로 역시 한 단계 떨어뜨렸다.

설상가상으로 지난주부터는 농민들이 불가리아와 그리스를 잇는 도로 및 철도를 점거하고 보조금을 늘려줄 것을 요구하며 농성까지 벌이고 있다. 불가리아의 보이코 보리소프 총리는 시위가 수일째 계속되자 "그리스 정부가 시위대 해산에 나서도록 압력을 넣어달라"고 EU집행위에 요청하기도 했다.

한편 베트남 정부도 이날 총 10억달러 규모의 10년 만기 국채 발행에 성공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발행금리는 연 6.95%로 지난 7일과 12일 각각 국채 발행에 나섰던 필리핀(연 5.67%)이나 인도네시아(연 6.0%)보다 더 높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