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무대에서도 '엄마열풍' 이어갈까…
모성과 사랑의 의미를 깨우치게 하는 연극 2편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뷰티퀸'과 '엄마를 부탁해'는 몸은 가까이 있어도 마음은 멀었던,그래서 제대로 소통하지 못했던 슬픈 관계를 그려낸다. '뷰티퀸'은 서로를 상처입히는 모녀관계를 보여주고,'엄마를 부탁해'는 엄마를 잃어버린 후에야 엄마를 '재발견'하고 그리워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부각시킨다.

◆"아아 엄마는 절대 죽지 않을 거야"

'필로우맨'의 작가 마틴 맥도나의 처녀작인 연극 '뷰티퀸'의 모녀관계는 음험하다. 아일랜드의 외딴 농가에 고립되어 살고 있는 딸 모린(김선영)과 엄마 매그(홍경연)는 상대방을 학대하기 위해 태어난 듯하다. 젊은 시절 '뷰티퀸'으로 뽑혔을 만큼 '퀸카'였지만 단 한번도 열애에 빠져보지 못한 채 나이만 먹어가는 모린은 사사건건 걸리적대는 매그를 증오한다. '노망난 늙은 암탉'이라며 신경질적으로 킬킬대고 조롱한다. 매그도 만만치 않다.

모녀의 갈등은 모린에게 파토라는 남자가 생기면서 절정에 달한다. 매그는 파토에게 딸의 정신병력을 폭로해 버리고,함께 미국으로 떠나자고 청하는 파토의 편지마저 가로채 불태워버린다. 덕분에 사랑하는 남자를 영영 잃게 된 모린은 그동안 쌓였던 해묵은 원한을 매그에게 몽땅 쏟아부으며 파국으로 치닫는다.

모린을 붙잡아두기 위해 매그가 부리는 얕은 수는 서글프기까지 하다. 분노로 눈이 뒤집혀 펄펄 뛰는 모린 앞에서 매그는 "너를 잃는 게 두려웠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심술과 훼방 말고 '정상적인' 방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드러내지 못했던 매그,제대로 소통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던 모린의 모습이 가슴아프다. 이현정 연출가는 "사랑하기 힘든 사람,사랑해주기 힘든 사람,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들에게 사실 사랑이 얼마나 필요한지 역설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2월28일까지 서울 두산아트센터.2만5000원.(02)744-4011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소설가 신경숙씨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연극 '엄마를 부탁해'는 엄마가 사라지고 나서야 가슴을 치며 후회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다. 연극은 엄마를 잃어버린 현재에서 시작해 남편(아버지),딸들,아들 등 남겨진 가족들의 기억을 통해 엄마의 참모습을 짜맞춰 나간다.

항상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만 같았던 엄마가 서울역에서 실종된 후에야 가족 구성원들은 그동안 엄마에게 얼마나 소홀했는지 깨닫게 된다. 늘 가까이에 있었기에 엄마를 제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해보지도 않았던 가족들의 마음이 관객들에게 공감을 살 듯하다.

작가 고연옥씨는 "엄마와 자식 간의 깊은 공허는 하루아침에 엄마를 잃게 만들고,홀로 살아가게 만들고,혼자서 절망하고 죽어가게 하는 이 시대의 어두운 현실을 반추하게 한다"고 말했다. 엄마 역에는 정혜선,큰딸 역에는 서이숙씨가 캐스팅됐다. 27일부터 3월23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4만~6만원.(02)577-1987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