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FI(재무적 투자자)들이 2조2000억원의 신규 투자를 유치,금호산업 경영권을 인수한 뒤 정상화시켜 매각하는 방안을 제시한 데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공식 표명했다.

금호는 26일 "FI들의 제안은 실현 가능성이 분명하지 않고 여러 면에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며 "FI의 제안이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의한 구조조정 절차를 지연시켜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금호는 "2조2000억원의 신규증자 계획에는 자금조달에 대한 구체적인 실현 가능성이 드러나 있지 않고,신규 유상증자가 완료되기 전 회사가 당면할 유동성 부족에 대한 대책이 없다"며 "FI가 생각하는 새로운 금호산업은 4조4000억원의 자본금과 2조5000억원의 매출액을 가진 기형적 구조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현 가능성에 대한 불투명성 해소가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FI 제안을 수용할 경우,기존 채권단의 구조조정 일정이 지연되거나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채권단이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 일정이 차질 없이 신속하게 진행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산업은행과 우리은행도 앞서 대우건설 FI들의 제안에 대해 사실상 거부의사를 밝혔다. 민유성 산은금융지주회장은 지난 22일 "금호의 구조조정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 절차에 따라 당초 방침대로 추진해야 한다"며 "다른 대안이 나올 때마다 우왕좌왕할 수 없고 현 시점에서 방향을 바꾸기에는 시기적으로 이르다"고 강조했다.

금호산업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 관계자는 "FI들이 신규 자금을 투입하면 채권단 입장에서도 긍정적이지만,방안의 현실화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며 "당초 계획대로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FI들은 지난 21일 유상증자 등을 통해 2조2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금호산업에 투입해 지분 50.1%를 확보하고 최대주주로 올라선 뒤,그룹이 정상화되면 주식을 팔아 투자금을 회수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산업은행 고위관계자는 "대우건설 FI들 및 우리은행과 기존의 대우건설 지분 인수 방안을 놓고 이견을 좁히는 협상을 지속하겠다"며 "시간이 촉박한 상황인 만큼 우리은행 등도 우리가 제안한 방안에 동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