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국가로드맵이 발표됐다. 지식경제부가 확정한 국가로드맵에 따르면 2030년까지 스마트그리드에 민 · 관 합동으로 27조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러한 투자를 바탕으로 연평균 5만개의 일자리와 74조원의 내수시장 창출이 기대되고 있다. 스마트그리드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가 시작된 것이다.

현재 세계는 환경위기와 자원위기라는 두 가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동시에 경제발전까지 도모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바로'저탄소 녹색성장'이며 그 핵심에 스마트그리드가 있다. 하지만 스마트그리드의 미래 모습은 현재 국가별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으며,관련 산업분야 역시 새로운 패러다임의 출현이 기대되고 있다.

스마트그리드의 미래모습을 네 가지 측면에서 예상해 볼 수 있다. 우선 성장의 원동력 측면에서 살펴보면,미국은 향후 20년 동안 약 1650억달러라는 거대 시장이 출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도 2020년까지 저탄소 녹색 분야에서 신규 50조엔의 시장창출과 140만명의 고용창출을 목표로 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그리드를 국가경제발전의 핵심 원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국가별로 처한 환경에 따라 스마트그리드가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사업추진의 핵심은 노후전력망 교체라고 할 수 있으며,이와 관련한 양방향 통신 및 스마트미터기 보급사업 등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유럽은 신재생에너지 활성화를 목표로 기존 전력망과 신재생에너지를 연계하는 사업이 활발하다. 일본의 경우 개별 가정단위의 마이크로그리드가 중심이 돼 전개되고 있다.

셋째,산업분야의 새로운 패러다임 출현을 꼽을 수 있다. 먼저 발전분야에서는 원자력발전 증가와 신재생에너지 증가를 꼽을 수 있다.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발달하면 어느 곳에서나 전기사용량에 맞도록 전원이 설치 · 운영돼 에너지 이용을 합리화할 수 있게 된다. 소비자 측면에서도 에너지를 지능적으로 사용하는 가전제품이 출시될 것이며,전기자동차,에너지저장 솔루션 및 지능화된 건물 등 혁신적인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기업경영환경의 메가트렌드 출현이다. 지난해 6월,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전력업계 총회에는 포드자동차의 CEO 알란 무라리와 마이크로소프트 연구부문 최고책임자인 크레이그 먼디도 참석했다. 자동차와 IT(정보기술)라는 전혀 다른 분야의 두 회사가 전력업계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스마트그리드가 '융복합'이라는 새로운 메가트렌드를 창조했기 때문이다. 또한 미래의 시장환경이 어떻게 변화될지 예측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으며,대표적인 사례가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의 에코스카이하우스 실험이다. 에코스카이하우스는 태양광,풍력을 이용해 소비전력의 97%를 공급하는 환경주택이다. 이 에코스카이하우스를 통해 전기를 얼마나 모으고,어느 정도 사용하고 얼마만큼 파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가를 실험하고 있다. 이러한 실험이 향후 형성될 시장을 예측 가능하게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결론적으로 스마트그리드는 현재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우리에게 안겨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서 우리 기업들이 간과해서는 안 되는 사항은 바로 '고객 중심'의 사고 및 이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라 할 수 있다. 미래는 기업구조의 변화,기업 경쟁방식의 변화,이로 인한 산업구조의 환경 변화를 예고하고 있고 기업은 이러한 변화에 능동적이고 현명하게 대응하는 자세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구자균 <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장·LS산전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