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알카에다와 결별한 탈레반을 포용하겠다고 밝혔다. 9년을 끌어온 아프간 전쟁이 새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AFP통신은 카르자이 대통령이 26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압둘라 귈 터키 대통령,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과 3국 정상회담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알카에다나 다른 테러조직에 속하지 않은 탈레반이 무기를 내려놓을 경우 전향적인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며 "미국과 유럽도 이런 노력을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르자이 정부는 자생적인 탈레반들이 투항할 경우 직업 교육과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대(對)탈레반 평화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투항할 경우 유엔의 탈레반 블랙리스트에서도 제외할 방침이다.

카르자이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이 유화책으로 돌아섰다는 신호가 잇따라 나오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스탠리 맥크리스털 아프간 주둔 나토군 사령관은 25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아프간 사람이면 누구나 과거가 아닌 미래에 초점을 맞춘다는 전제하에 정치적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탈레반의 정치 참여를 용인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아프간도 이라크와 유사하게 폭력을 거부하는 모든 이들에게 헌법에 기초한 권리를 부여하는 과정을 밟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리처드 홀브룩 파키스탄 · 아프가니스탄 특사는 미국 정부가 탈레반과 협상에 나설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재통합은 탈레반 지도부와의 협상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28일 런던에서 개최되는 아프간 국제회의에서 탈레반을 비롯해 다른 무장세력 지도자들이 무장을 해제할 경우 아프간 정부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이 논의될 계획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