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방송시장은 춘추전국시대라고 부를 만하다. 과거 케이블TV,위성방송이 주도해온 시장에 통신회사들의 인터넷TV(IPTV)가 가세하면서 시장이 성장하고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KT,SK 브로드밴드,통합LG텔레콤 등 '고래' 업체들까지 뛰어들어 맹렬히 싸우는 유료방송 시장에서 정작 이익을 보는 업체는 따로 있다. 유료 방송 서비스에서 필수불가결한 솔루션인 수신제한시스템(CAS,Conditional Access System)을 만드는 업체인 NDS라는 회사다.

CAS는 유료 방송 사업자가 방송을 수신자에게 전송하면 요금을 낸 가입자만 암호를 풀어 방송을 시청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장치다. 유료 방송 사업자의 돈벌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장치다. 따라서 유료 방송 시장이 커질수록 CAS시장도 덩달아 커진다.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NDS는 이러한 CAS기술의 선두주자로 1988년 설립됐다. 현재 25개 국가에 진출해 있는 다국적 기업이다. 2007년 7억달러,2008년에는 8억5000만달러가 넘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전세계 시장의 30%,한국에서는 7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NDS의 가장 큰 성공요인은 경쟁업체보다 '발이 빨랐다'는 것이다. NDS는 방송 솔루션 시장이 커지면 셋톱박스 시장도 커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재빠르게 관련 기술을 축적해갔다. 핵심은 보안 관련 기술이라는 것도 간파했다. 유료 방송사업자들이 자사 콘텐츠 보호를 위해 보안과 안정성을 중요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는 것에 주목해 보안 제품을 재빨리 출시해 한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셋톱박스 업체와 제휴를 맺었다. 이를 통해 세계시장 선두업체로 자리매김했다.

또 TV에만 한정하지 않고 PC,휴대폰 관련 업체들과도 제휴를 맺으며 영역을 확장해간 것도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인접사업으로 진출해 수익원을 다각화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NDS는 또 지난해 9월 셋톱박스를 기반으로 가입자 개인별로 시청 정보를 조사하여 기존 시청률 조사 결과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해 화제를 모았었다. 게다가 CAS를 통해 수집한 고객 정보를 마케팅이나 광고에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도록 기술도 개발했다.

NDS의 성공은 성장하는 시장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눈'과 누구보다 빨리 기술 우위,시장 선점을 이뤄내는 재빠른 '발'을 동시에 가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IGM 세계경영연구원 조미나 상무, 안성빈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