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회사들은 매년 경영전략을 두 번 짠다. 3월 결산법인인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의 한 해 시작은 회계상으로 4월이지만,새해인 1월을 전후해서도 경영전략을 내놔야 하는 탓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대부분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CEO(최고경영자)들은 1월과 4월에 두 번 '신년사'를 한다. 1월 초엔 발표용 신년사를,4월에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경영전략도 두 번 수립한다는 얘기다.

그룹 계열사의 금융투자회사는 더 심하다. 증권사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상장사들은 12월 결산법인이어서 그룹 소속사의 경우 전체 계열사와 함께 연말에도 새해 경영전략을 수립해 보고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인사도 이에 맞춰 이뤄지고 있다. 작년 12월에 인사를 단행한 삼성증권과 삼성투신운용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룹사가 모두 3월 결산법인이지만 연말에 인사를 한 미래에셋그룹 관계자는 "일반인들이 느끼는 연말 연초는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인사 시기를 이에 맞춘다"며 "회사로서는 4월이 새로운 시작인데 따로 움직이고 있어 불편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과거 공인회계사가 부족하던 시절 금융감독당국에서 금융업계의 결산일을 3월 말로 분산하도록 유도한 데서 비롯됐다. 금융투자업계까지 12월 결산으로 몰릴 경우 감사를 할 회계사가 모자랐기 때문이다.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지만,이 같은 관습은 지속되고 있다.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회계사가 넘쳐나고 있어 금융투자회사들을 12월 결산으로 옮겨도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회계법인들은 외부감사 대상 법인들의 결산기가 특정 시기에 쏠릴 경우 인력 운용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단점이라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의 결산일을 변경하기는 쉽지 않다. '자본시장법 시행규칙'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증권사 등이 결산기를 옮기려면 금융위원회에서 자본시장법 시행규칙을 고쳐줘야 하고,주주총회를 통해 정관을 개정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오랜 전통으로 이미 굳어진 사항이기도 하고,금융투자회사들이 모두 동의해야 해 통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