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불확실성이 세계경제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질서 재편을 주도할 G2(주요 2개국)로 주목받던 양국이 글로벌 경기회복의 암초로 등장하는 형국이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월가에 연이어 압박을 가한 데 이어 재정지출을 3년간 동결하기로 결정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 중국은 경제가 다시 과열로 치달으면서 긴축 조치의 강도가 자칫 2004년의 차이나 리스크를 낳은 수준으로 커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의 긴축조치가 가시화된 2004년 코스피지수는 4개월여 만에 24% 급락했었다.

◆잇단 '오바마 쇼크'에 불확실성 증폭

미국에선 오바마 정부가 월가 금융사들의 보너스 잔치를 계기로 초고강도 금융규제책을 연속 내놓자 불안감이 증폭됐다. 지난 14일 오바마 대통령은 50대 대형 금융사에 금융위기 책임수수료를 물리겠다고 밝혀 월가로부터 징벌적 과세라는 반발을 샀다. 일주일 뒤인 20일에는 은행들의 자기자본투자를 금지하겠다면서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시킨 글래스-스티걸법을 사실상 부활시킬 것임을 시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22일엔 "월가와 끝까지 싸우겠다"고 재천명했다. 이날 민주당 의원 2명은 통화정책을 책임지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연임 인준을 반대한다고 선언했다.


또 지난 19일 민주당이 매사추세츠주 상원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이후 11월 예정된 의회 중간선거의 판세가 불확실해진 점도 투자심리를 움츠리게 만들었다. 잇따른 불확실성이 더해지자 시카고옵션거래소의 '공포지수'는 이 기간 18.68에서 27.31로 약 50%나 치솟았으며 다우지수는 14일 이후 513포인트(5%)가량 추락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오바마 정부의 정치적인 월가 밀어붙이기가 주가 랠리 분위기를 꺾어놨다고 전했다. 닐 헤네시 헤네시투자회사 사장은 "대통령은 거의 매일 새로운 (규제) 정책을 들고 나오고 의회에서는 반월가적인 의원들이 갈수록 늘어나 불안하기 짝이 없다"고 전했다.

◆2004년 차이나 리스크 재연되나

지난 12일 저녁 중국이 19개월 만에 은행 지급준비율(지준율)을 올린다고 발표하자 미국과 유럽 증시가 즉각 하락세로 반응했다. 다음 날 아시아 증시도 동반하락했다. 하루 전인 11일만 해도 중국이 독일을 제치고 세계 최대 수출국이 됐다는 소식에 글로벌 증시가 오르고 원자재 가격이 오름세를 보였던 흐름이 180도 반전된 것이다. 지난 20일에도 중국에서 △은행 대출금지 △일부 은행 지준율 인상 △금명간 금리인상설이 한번에 쏟아지면서 글로벌 증시는 동반 약세를 보였다. 26일 아시아 증시가 하락하고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을 친 배경에도 "중국 금융당국이 은행에 대출규모를 매일 보고토록 했다"(21세기경제보도) 는 소식과 함께 춘제(설) 전후 금리인상설이 돌면서 원자바오 총리가 2004년식 긴축 행보를 취할 것이란 우려가 크게 작용한 탓이다.

2004년 중국이 고강도 긴축을 취했을 때 은행 지준율 인상에 이어 금리인상이 단행됐고 이듬해엔 사실상의 고정환율제를 복수통화바스켓에 기반한 관리형 변동환율제로 전환하며 위안화를 절상했었다.

전문가들은 '차이메리카(chimerica · 미국과 중국)'의 공조가 깨지면서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도 세계경제의 암초라고 지적한다. 금융위기로 세계를 이끌 리더십이 부재한 가운데 G2의 정책 리스크와 불협화음이 상당기간 구조적 문제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