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정치 지형…뉴욕 증시 불확실성 증폭

지난 주 매사추세츠 상원의원 보궐선거 결과는 미국 정치 지형을 확 바꿔놓았습니다.텃밭에서 패배하면서 민주당은 비상이 걸렸는데요.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잡아야 하는 의원들 입장에서는 무엇이라도 해야 할 형편입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연임 인준이 복잡해진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인데요.버냉키 의장이 연임 인준을 받으려면 상원에서 60석을 확보해야 합니다.

헌데 11월 중간 선거를 치러야 하는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버냉키 재임에 브레이크를 걸고 나섰습니다.선거구민들의 뜻을 반영한 투표를 하겠다는 것인데요.멀어지는 표심을 붙잡아보겠다는 선거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버냉키 의장의 연임 무산은 주식 시장에는 메가톤급 악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민들이 벤 버냉키 FRB의장을 얼마나 싫어하느냐인데요.월가에서는 버냉키 의장이 공황으로 치닫는 미국 경제를 살려냈다는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미국민들 입장에서는 버냉키 의장이 밉다기 보다는 월가와 친하다는 점에서 거부감을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일각에서는 그가 신용위기를 미리 막지 못한 책임이 있는데다 신용위기가 터진 뒤 퍼주기식 구제금융에 앞장섰다는 점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반감도 재임 인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오바마 대통령은 버냉키 의장을 적극 밀고 있습니다.지난 주말 상원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인준 승인을 거듭 당부했는데요.오바마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질수록 정치인들은 그의 정책에 반기를 들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마련인데요.바바라 복서 캘리포니아 민주당 상원의원,로셀 페인골드 위스콘신 민주당 상원의원 등이 그런 사례입니다.이들은 11월 중간선거를 치러야 합니다.역시 중간 선거를 치리야 하는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버냉키 의장을 지지하지만 무조건적인 지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우여곡절을 겪긴 했지만 버냉키 의장은 주 후반 인준 투표에서 60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됩니다.이날 주식 시장이 안정을 되찾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데요.다우존스 뉴스와이어 조사에 따르면 이곳 시간으로 일요일까지 찬성의견을 표명한 상원의원은 31명,반대 의견을 표명한 상원의원은 17명입니다.돌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버냉키 쇼크가 빚어질 가능성은 희박해보입니다.


뉴욕 증시 조정 압력 이번에도 이겨낼까.

불안감이 여전한데요.중국 긴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대형은행에 특별 세금을 부과하고 금융사의 규모와 영업 범위를 제한하겠다는 정책을 내놨습니다.여기에 더해 버냉키 의장의 연임 전선에 불확실성까지 더해졌습니다.온갖 악재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지난 주 뉴욕 주가가 급락했는데요.불확실성이 커지면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려는 경향을 보이게 마련입니다.결과적으로 주가 전망도 어두워질 수밖에 없는데요.노동 및 주택 분야의 통계도 투자 심리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각종 악재가 한꺼번에 부각되면서 주식 매도 쏠림 현상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월가 투자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인데요.하지만 주가 조정 얘기가 나올 때마다 뉴욕 증시는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상승행진을 지속해왔는데요.작년 6월과 7월 그리고 11월 주가 조정에 대한 우려를 극복했던 뉴욕 주식시장이 이번에도 정책 불확실성이라는 악재를 뚫고 상승 모멘텀을 찾게 될 지 주목됩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