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세입자가 보호 않는 세입자보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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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신길뉴타운 예정구역에 세 식구가 세들어 사는 정모씨(43)는 지난주,단 몇 분 사이에 집에서 쫓겨났다가 다시 똑같은 집에 세를 얻었다. 문제는 1200만원 상당의 세입자 이주비였다.
작년 5월 정부가 세입자 이주비 지급주체를 조합에서 집주인으로 바꾸면서 문제가 생겼다. 집과 토지지분에 대한 감정평가에서 발생하는 이주비의 차액을 제외하다보니 집주인 입장에서는 그만큼 보상금을 적게 받거나 추가부담금을 더 내게 됐기 때문.다가구주택에는 통상 4~5세대가 세들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집주인은 6000만원이 넘는 돈을 이주비로만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그래서 편법이 생겨났다. 가장 흔한 것이 정씨의 사례와 같이 똑같은 집에 계속 살더라도 재계약을 하지 않고 신규계약을 하는 식이다. 2006년 1월 처음 집을 얻은 정씨의 경우,재계약을 할 경우 그때 받은 확정일자가 그대로 남아 이주비를 받을 자격이 유지되지만 신규계약을 하면 계약을 한 2010년 1월을 기준으로 새로운 확정일자가 생긴다. 공람공고 시점(신길뉴타운은 2007년 5월)을 기준으로 3개월 전부터 해당 지역에 살아야 이주비를 받을 수 있다. 결국 서류상으로는 잠깐이라도 집을 옮겼다가 다시 세를 얻은 셈이 된 정씨는 이주비를 받지 못하게 된다. 정씨는 "인근 지역의 전셋값이 2년 전보다 3000만~4000만원 오르다보니 울며겨자 먹기로 이주비를 포기하고 눌러 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이로니컬한 것은 새로운 도시정비법이 세입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개정됐다는 것이다. '용산참사'에서처럼 조합과 세입자 단체가 충돌하지 않도록 집주인이 이주비를 부담토록 한다는 게 법 개정 취지였다.
하지만 신길뉴타운에서와 같은 편법을 막을 방법에 대해서는 서울시청이나 담당 구청에서도 묵묵부답이다. 연초부터 치솟는 주택 임대료로 인해 보장된 이주비를 못 받는 세입자들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신길뉴타운 인근 공인중개사는 "몇몇 지구의 조합이 주도적으로 집주인에게 비슷한 행동을 하도록 알려주고 다닌다"며 "다른 조합도 따라할 분위기"라고 전했다. 공무원들이 현실을 모르고 탁상에서 법을 만드는 바람에 보호받을 계층이 오히려 피해를 보고 있다.
노경목 건설부동산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
작년 5월 정부가 세입자 이주비 지급주체를 조합에서 집주인으로 바꾸면서 문제가 생겼다. 집과 토지지분에 대한 감정평가에서 발생하는 이주비의 차액을 제외하다보니 집주인 입장에서는 그만큼 보상금을 적게 받거나 추가부담금을 더 내게 됐기 때문.다가구주택에는 통상 4~5세대가 세들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집주인은 6000만원이 넘는 돈을 이주비로만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그래서 편법이 생겨났다. 가장 흔한 것이 정씨의 사례와 같이 똑같은 집에 계속 살더라도 재계약을 하지 않고 신규계약을 하는 식이다. 2006년 1월 처음 집을 얻은 정씨의 경우,재계약을 할 경우 그때 받은 확정일자가 그대로 남아 이주비를 받을 자격이 유지되지만 신규계약을 하면 계약을 한 2010년 1월을 기준으로 새로운 확정일자가 생긴다. 공람공고 시점(신길뉴타운은 2007년 5월)을 기준으로 3개월 전부터 해당 지역에 살아야 이주비를 받을 수 있다. 결국 서류상으로는 잠깐이라도 집을 옮겼다가 다시 세를 얻은 셈이 된 정씨는 이주비를 받지 못하게 된다. 정씨는 "인근 지역의 전셋값이 2년 전보다 3000만~4000만원 오르다보니 울며겨자 먹기로 이주비를 포기하고 눌러 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이로니컬한 것은 새로운 도시정비법이 세입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개정됐다는 것이다. '용산참사'에서처럼 조합과 세입자 단체가 충돌하지 않도록 집주인이 이주비를 부담토록 한다는 게 법 개정 취지였다.
하지만 신길뉴타운에서와 같은 편법을 막을 방법에 대해서는 서울시청이나 담당 구청에서도 묵묵부답이다. 연초부터 치솟는 주택 임대료로 인해 보장된 이주비를 못 받는 세입자들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신길뉴타운 인근 공인중개사는 "몇몇 지구의 조합이 주도적으로 집주인에게 비슷한 행동을 하도록 알려주고 다닌다"며 "다른 조합도 따라할 분위기"라고 전했다. 공무원들이 현실을 모르고 탁상에서 법을 만드는 바람에 보호받을 계층이 오히려 피해를 보고 있다.
노경목 건설부동산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