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는 지난 사흘 연속 급락하며 60일 이동평균선을 위협받고 있다. 전일 다시 떠오른 중국의 긴축정책 우려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재정지출 동결 소식 등 해외 악재가 여전히 증시를 짓누르는 분위기다.
이 같은 상황은 단기간 내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아 추가적인 하락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단기 급락에 따라 높아진 밸류에이션(가치 대비 주가) 매력과 60일선과 120일선 등 주요 이평선의 지지 가능성에서 반등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겠다.
전날 뉴욕증시는 개선된 경제지표와 기업 실적 호전에도 불구하고 긴축우려로 하락 마감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전날보다 2.57포인트(0.03%) 하락한 10194.29을 기록했다.
S&P500지수는 4.61포인트(0.42%) 내린 1092.17을 기록했고, 나스닥 종합지수도 7.07포인트(0.32%) 떨어진 2203.73으로 장을 마쳤다.
◆ 현대證 "투심위축 활용한 매수전략 유리"
현대증권은 미국과 중국의 정책리스크로 투자심리가 악화됐지만 현 시점에서는 이를 활용한 매수전략이 유리하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양창호 현대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현시점이 위기의 완결이 아니라 수습과정 중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최근 나타난 위기의 징후들은 투자자들에게 과거 금융위기에 대한 학습효과를 강화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자산시장에 나타난 변화들이 투자자들에게 위기에 대한 '트라우마'(심리적 상처)를 만들었고 이것이 확대 재생산되면서 자산시장의 가격하락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과거 금융위기는 실물경제가 원인이었던 반면 이번 주가 하락은 해외 유동성 이탈로 인한 충격이고, 펀더멘털(기초체력)의 구체적 훼손 증거가 없는 상황인 만큼 국지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양 연구원은 "전날 장후반에 투자심리를 악화시킨 중국의 지급준비율 추가 인상 소식은 공식 경로를 통해 아직 확인된 바 없는 루머"라며 "주식시장이 기본적으로 '오버슈팅'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악화된 투자심리가 만들고 있는 현재의 가격하락을 지혜롭게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급선과 경기선이 놓여있는 코스피지수 1620선대를 지지선으로 반등을 노리는 전략이 단기적으로 유리해 보인다"고 말했다.
◆ 우리證 "변동성 커진 장세…수출주 중심 대응"
우리투자증권은 번동성이 커진 현 장세에서 전기전자, 운수장비 등 수출주 중심으로 대응할 것을 조언했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코스피가 사흘째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당분간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대비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중국 긴축우려, 미국 금융기관 개혁안, 버냉키 연준리 의장의 재임 여부와 같은 불확실성들이 여전히 투자심리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
박 애널리스트는 "지난 사흘동안의 주가조정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며 "기술적인 반등이나 적어도 하방경직성을 기대해볼 만한 구간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도에 동참하는 것보다 저가매수의 기회를 노리는 전략이 바람직한 시점이라는 판단이다.
금융권 규제안 발표 이전에는 전기가스, 기계, 통신, 유통업종을 중심으로 매수했던 국내 기관이 최근 삼성전기 등 전기전자와 자동차 등 운수장비를 중심으로 확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 애널리스트는 "수출주 중심의 시장대응을 유지해나가는 한편, 금융과 소재업종에 대해서는 당분간 보수적
인 대응전략으로 임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 하나대투證 "국내 은행株가 증시 바로미터"
하나대투증권은 국내 증시는 양호한 펀더멘털(기초체력)에도 불구하고 신용위험이 여전해 현재 시점이 추세의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는 국내 은행주들이 향후 증시 흐름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기술적으로 코스피지수 60일 이동평균선(1636)과 120일 이동평균선(1631) 등 중장기 이동평균선의 지지력은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과거에도 경기모멘텀을 반영하고 있는 120일선은 여러 변동성 요인에도 불구하고 경기에 큰 변화가 없다면 지지되는 경향이 강했다"고 말했다.
추가적인 대형악재가 아니라면 펀더멘탈 모멘텀에 근거해 볼 때 120일선을 바로 하향 이탈하기 보다는 지지력을 타진하고 반등을 시도할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설명이다.
조 연구원은 "다만 경제 펀더멘탈 논리만 놓고 본다면 120일선 지지력을 타진할 가능성이 높은지만 여기에 개입될 가능성이 높은 부분이 신용위험"이라며 "전날 주가하락과 함께 원·달러 환율이 기술적인 저항선으로 볼 수 있는 1150원대를 빠르게 상향 돌파하며 1160원대로 올라섰다는 것은 신용리스크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신용위험이 개입할 여지가 높다는 점이 단기적인 시장대응을 어렵게 하는 부분인 만큼 이러한 상황에서 바로미터가 될 수 있는 것이 국내 은행주의 향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은행주들은 대내외 악재를 반영하며 이미 많이 하락했고 밸류에이션(가치대비 주가) 측면에서도 부담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순환매 속에 반등이 나와야 할 시점이라고 볼 수 있고 은행주의 반등 여부와 강도에 따라 주식시장에 반영되는 신용위험의 수위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