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 '싸움닭'소리를 듣던 람 이매뉴얼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사진)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좌파 진보주의자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해 개혁이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이다.

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진보주의자들과 이매뉴얼 실장 간 갈등은 작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진보 그룹과 백악관 참모들 간 전략회의에서 진보주의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의료보험 개혁을 방해하는 보수 성향의 민주당 인사를 비판하는 광고를 실으려고 했다. 당시 이매뉴얼 실장은 '철없는 행동'이라고 일축했다.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의원들을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에서였다.

최근 매사추세츠주 보궐 상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한 이후에도 이매뉴얼 실장은 진보 세력으로부터 몰매를 맞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대통령이 경제에 무게를 둔 중도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기류인 반면 진보주의자들은 약속대로 개혁을 밀어붙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진보 세력은 이매뉴얼 실장을 개혁의 걸림돌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진보적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인 센크 유거는 이매뉴얼 실장을 오바마 대통령의 딕 체니라고 칭한다. 딕 체니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부통령이다. 이매뉴얼 실장의 고향인 시카고에선 그를 비방하는 광고가 실리기도 했다. 진보 성향의 블로그를 운영하는 제인 함셔는 이매뉴얼이 국책 모기지(주택담보대출)업체인 프레디맥 이사회 멤버로 근무할 때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파헤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기세등등하던 이매뉴얼이 쇠락하면서 데이비드 액설로드,밸러리 재럿 등의 참모들이 실세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