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리영재사관학교 학생들, "요리 배우면서 잃어버린 꿈 찾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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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금 될거예요"
박준혁군은 하루 5시간 이상씩 컴퓨터 게임에 빠져 살았다. 프로게이머가 되겠다며 고교 1학년 때 자퇴했다. 혼자서 꿈을 키웠지만 여의치 않자 중도 포기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복학생'이라는 꼬리표가 그를 힘들게 했다. 그러다 작년 우연히 한 요리학교를 알게 됐다. 맛있는 과자를 만드는 게 재미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선생님들이 그의 가능성을 인정해줘 좋았다. 작년 10월 한국 중 · 고등부 대표로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식요리 경연대회에서 당당히 '대령숙수(조선시대 궁중의 남자 조리사를 일컫는 말)상'을 탔다. 올해 3학년에 올라가는 준혁이는 '요리 영재'라는 대접을 받으며 프랜차이즈 음식점 최고경영자(CEO)가 되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지난 25일 오후 8시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에 있는 한국조리영재사관학교.공교육에서 소위 '문제아' 취급받는 아이들에게 제빵,제과,한식,양식 등 기술을 가르쳐주는 학교다. 아이들은 각자 학교에서 수업을 마친 뒤 이 요리학교에 들러 3시간가량 실습과 이론 등을 배운다. 현재 학생 수는 75명으로 초등학교 5학년생부터 고등학교 3학년생까지 다양하다.
이날 주제는 창작요리.3명이 한 조가 돼 토론을 통해 종목을 정하고 요리를 만든다. 요리를 다 만들었는지 맛있는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선생님 전 스리코스(전채,메인,디저트를 한 접시에 담은 것)예요. 저 많이 발전했죠." 수줍음이 많아 남 앞에 나서기를 꺼리는 민지가 문숙정 교장에게 만든 음식을 자랑했다. "현재 고3인데 중2 때부터 요리학교를 다녔어요. 뚱뚱하다며 친구들한테 왕따를 당해 우울 증세까지 있었는데 한식 양식 제과 제빵 등 자격증 4개 따고 장관상도 타면서 지금은 굉장히 활달해졌어요. "(문 교장)
요리학교를 다니면서 학교 성적도 올라갔다. 민혁이도 1학년 때는 반에서 36등으로 밑바닥을 기었는데 2학년 성적은 24등으로 12계단이나 뛰었다. 무엇보다 요리를 통해 자신감을 찾은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해야 할 이유를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기 때문.
"반에서 38등 하던 아이가 32등을 했는데 부모가 그렇게 좋아했어요. 성적이 몇 등 오른 것보다도 아이가 공부에 관심을 갖게 돼 너무 고맙다는 거예요. "(윤경숙 이사장)
윤경숙 이사장은 서울 금천구에 2년제 학점은행제인 한국조리사관전문학교도 세웠다. 한국조리영재사관학교 졸업 후 일반 대학 조리과에 진학한 아이들이 전공 이외 과목을 공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다 못해 아예 자체 전문학교를 설립한 것이다. 일반인과 직장인 실업자들을 대상으로 가르치는 한국조리사관직업전문학교는 2008년,2009년 노동부 훈련기관 평가에서 2년 연속 'A등급' 기관에 뽑힐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수원=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