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구 칼럼] 베이비붐 세대의 퇴진과 집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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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등 주택수요 감소로 하락세
소형주택外 장기 안정 가능성 커
소형주택外 장기 안정 가능성 커
베이비 붐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는 고령사회로의 조기진입,노동력 부족, 경제성장 둔화 등 우리 사회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집값 또한 예외는 아닐 것 같다.
베이비부머들은 노후자금을 비축하지 못했을 뿐아니라 나라와 자식으로부터도 충분한 지원을 기대하기 힘든 처지다. 족히 20~30년은 되는 여생을 보내려면 살고 있는 집을 팔고 작은 규모의 집으로 옮기거나 전세 또는 월세를 살면서 남은 자금을 활용해야 하는 사람이 많다. 이 세대의 숫자가 700만명을 훌쩍 넘는 만큼 그로 인한 주택 매물은 집값 동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주택소유자들의 연령별 비율을 보면 30대부터 늘기 시작해 50대에 피크에 이르고 60대 들어 감소세로 돌아선다. 대략 35~54세가 주택매입 핵심 연령층인 셈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나이 들어 퇴진하면 이 연령층이 줄어들고 주택수요 또한 감소할 것임을 뜻한다.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이런 점이 여실히 입증된다. 버블경제 붕괴 이후 장기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의 경우를 보자.도쿄 주택가격지수는 1990년 최고치를 기록한 후 장기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제1차 베이비붐 세대(1929~1938년)가 줄줄이 밀려나며 35~54세 연령층 인구가 정점을 기록한 것도 바로 1990년이다. 두 시점이 정확히 일치한다.
미국 또한 양상이 비슷하다. 35~54세 인구 비율은 2007년 피크를 기록한 후 감소세로 바뀌었다.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생)의 은퇴가 본격화된 탓이다. 주택가격도 2006년을 정점으로 급격히 꺾였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라는 중요한 변수가 있긴 했지만 베이비부머 퇴진으로 인한 주택수요 감소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베이비부머 퇴진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한 원인이 됐다는 추론도 해볼 수 있다.
한국도 내년이면 35~54세 연령층 인구가 꼭짓점에 이른다. 물론 나라마다 사정이 다른 만큼 외국의 사례가 한국에서도 그대로 재연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주택가격이 앞으로 강력한 상승동력을 갖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외환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집값이 지속적 상승세를 이어온 데다 대부분 국민들이 버겁게 느끼는 수준까지 오른 상태여서 더욱 그렇다.
집값의 추가적 상승 여력이 별로 없다는 점은 국민 자산보유 실태를 살펴봐도 짐작된다. 우리나라 가계의 평균 순자산은 2006년 현재 2억4164만원이다. 부동산은 시가로 계산됐고 자동차 같은 기타 자산까지 포함한 금액이다. 순자산 규모로 상위 1%에 해당하는 가구는 23억200만원,5%는 9억4850만원,10%는 5억3860만원,20%는 3억790만원이다. 전체 가구의 절반(48%)은 순자산이 1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서는 30평대 아파트 시세가 10억원을 넘어서고,신규 분양 아파트 또한 7억~10억원을 쉽게 호가하지만 이런 아파트는 자산 순위 상위 10%에 속하는 사람조차 빚을 내지 않는 한 전 재산을 쏟아부어도 살 수가 없다. 지금의 고가격 구조를 떠받치기엔 기반이 취약하다는 이야기다.
이런 점들을 감안할 때 주택가격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더불어 장기적 안정세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근 일부 지역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면서 집값이 다시 뛰어오르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이는 추세적 상승을 유발하기보다 일시적 · 국지적 현상에 머물 공산이 크다. 적어도 외국 사례와 자산규모로 유추해 보는 한 그러하다. 다만 원룸 소형주택 등의 경우는 사정이 다를지도 모르겠다. 1인 가구,부부 가구가 늘면서 가구 수는 앞으로 20년 이상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이다.
이봉구 수석논설위원 bklee@hankyung.com
베이비부머들은 노후자금을 비축하지 못했을 뿐아니라 나라와 자식으로부터도 충분한 지원을 기대하기 힘든 처지다. 족히 20~30년은 되는 여생을 보내려면 살고 있는 집을 팔고 작은 규모의 집으로 옮기거나 전세 또는 월세를 살면서 남은 자금을 활용해야 하는 사람이 많다. 이 세대의 숫자가 700만명을 훌쩍 넘는 만큼 그로 인한 주택 매물은 집값 동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주택소유자들의 연령별 비율을 보면 30대부터 늘기 시작해 50대에 피크에 이르고 60대 들어 감소세로 돌아선다. 대략 35~54세가 주택매입 핵심 연령층인 셈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나이 들어 퇴진하면 이 연령층이 줄어들고 주택수요 또한 감소할 것임을 뜻한다.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이런 점이 여실히 입증된다. 버블경제 붕괴 이후 장기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의 경우를 보자.도쿄 주택가격지수는 1990년 최고치를 기록한 후 장기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제1차 베이비붐 세대(1929~1938년)가 줄줄이 밀려나며 35~54세 연령층 인구가 정점을 기록한 것도 바로 1990년이다. 두 시점이 정확히 일치한다.
미국 또한 양상이 비슷하다. 35~54세 인구 비율은 2007년 피크를 기록한 후 감소세로 바뀌었다.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생)의 은퇴가 본격화된 탓이다. 주택가격도 2006년을 정점으로 급격히 꺾였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라는 중요한 변수가 있긴 했지만 베이비부머 퇴진으로 인한 주택수요 감소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베이비부머 퇴진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한 원인이 됐다는 추론도 해볼 수 있다.
한국도 내년이면 35~54세 연령층 인구가 꼭짓점에 이른다. 물론 나라마다 사정이 다른 만큼 외국의 사례가 한국에서도 그대로 재연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주택가격이 앞으로 강력한 상승동력을 갖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외환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집값이 지속적 상승세를 이어온 데다 대부분 국민들이 버겁게 느끼는 수준까지 오른 상태여서 더욱 그렇다.
집값의 추가적 상승 여력이 별로 없다는 점은 국민 자산보유 실태를 살펴봐도 짐작된다. 우리나라 가계의 평균 순자산은 2006년 현재 2억4164만원이다. 부동산은 시가로 계산됐고 자동차 같은 기타 자산까지 포함한 금액이다. 순자산 규모로 상위 1%에 해당하는 가구는 23억200만원,5%는 9억4850만원,10%는 5억3860만원,20%는 3억790만원이다. 전체 가구의 절반(48%)은 순자산이 1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서는 30평대 아파트 시세가 10억원을 넘어서고,신규 분양 아파트 또한 7억~10억원을 쉽게 호가하지만 이런 아파트는 자산 순위 상위 10%에 속하는 사람조차 빚을 내지 않는 한 전 재산을 쏟아부어도 살 수가 없다. 지금의 고가격 구조를 떠받치기엔 기반이 취약하다는 이야기다.
이런 점들을 감안할 때 주택가격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더불어 장기적 안정세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근 일부 지역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면서 집값이 다시 뛰어오르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이는 추세적 상승을 유발하기보다 일시적 · 국지적 현상에 머물 공산이 크다. 적어도 외국 사례와 자산규모로 유추해 보는 한 그러하다. 다만 원룸 소형주택 등의 경우는 사정이 다를지도 모르겠다. 1인 가구,부부 가구가 늘면서 가구 수는 앞으로 20년 이상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이다.
이봉구 수석논설위원 b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