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반복되는 전셋값 불안에 세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방학철만 되면 자녀 교육을 위해 이사하려는 학군 수요와 재개발 · 재건축에 따른 철거 이주 수요,입주 당시 급락했던 전셋값이 시간이 지나면서 정상화되는 용수철 효과 등이 겹치면서 서울 강남권 등에서는 올해도 어김없이 전셋값이 들썩거리고 있다.

집을 새로 구하지 못했거나 자녀 교육을 위해 지금 사는 집에서 전세계약을 연장하려는 세입자 중에서는 보증금을 한꺼번에 수천만원씩 올려줘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빠듯한 월급에 목돈을 마련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이런 수요자라면 정부가 싼 이자로 전세자금을 빌려주는 국민주택기금 대출을 이용해 볼 만하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해 국민주택기금 가운데 근로자 · 서민의 주택 구입 및 전세자금 대출용으로 모두 5조6977억원을 책정해 놓았다. 이 금액은 18만~19만명이 이용 가능한 액수다.

특히 이 자금은 집을 사거나 전세를 얻으려는 무주택 세대주라면 누구나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대부분 전세 수요자들의 몫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대출실적을 예로 들면 주택구입자금이 5400억원에 불과했던 반면 전세자금은 무려 4조7700억원에 달했다.

국토부는 이에 따라 올해부터는 주택구입자금과 전세자금 대출을 통합해 운영키로 했다. 이렇게 되면 작년처럼 주택구입자금 대출 이용이 저조할 경우 나머지 자금은 모두 전세자금으로 빌려줄 수 있어 더 많은 세입자가 기금 대출을 이용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 기금 대출을 보면 주택 구입 자금은 목표치(3조원)에 크게 모자란 반면 전세자금은 대출총액을 여러차례 늘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며 "올해도 비슷한 패턴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국민주택기금 전세자금 대출은 근로자 · 서민전세자금대출과 저소득 전세자금대출 등 두 가지다.

우선 근로자 · 서민전세자금 대출은 연간 소득이 3000만원 이하인 무주택 세대주가 전세보증금의 70% 이내에서 최대 6000만원까지 빌려 쓸 수 있다. 맞벌이 부부라도 세대주의 소득만으로 자격요건을 따지므로 세대당 소득은 연간 3000만원을 넘어도 상관없다. 3자녀 이상일 경우에는 8000만원까지도 대출이 가능하다. 반면 만 35세 미만 단독세대주는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주택 재개발조합원이 해당 주택이 철거돼 다른 곳으로 이사하기 위해 전셋집을 얻을 경우에도 세대주가 만 20세 이상(단독세대주는 제외)이라면 30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금리도 연 4.5% 수준이어서 시중은행(연 6% 안팎)보다 훨씬 싸다. 만 65세 이상 노부모를 부양하고 있다면 연 4%의 금리로 더 싸게 빌릴 수 있다. 우리 · 하나 · 기업 · 신한은행과 농협에서 대출받을 수 있다.

이때 대출 대상 주택은 전용면적 85㎡ 이하여야 한다. 또 대출 신청일 현재 가족(세대원) 모두가 6개월 이상 무주택자여야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전세자금 대출 이용자가 계약 갱신(월세에서 전세로 전환계약 포함)으로 보증금을 높여줘야 할 때도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때는 증액된 금액 이내에서 대출을 더 받을 수 있다. 다만 대출액이 전세금(임차보증금) 총액의 70%를 초과할 수는 없다. 또 같은 집에서 1년 이상 거주한 세입자에게만 추가 대출이 허용된다.

전세자금 대출을 받으려면 임대차계약서상 입주일과 주민등록등본상 전입일 중 빠른 날부터 3개월 이내에 대출을 신청해야 한다. 대출신청 때는 △확정일자를 받은 임대차 계약서 △보증금 총액 중 10% 이상 납부 영수증 △해당 주택의 등기부 등본 △무주택세대주 본인의 주민등록등본 △연간 소득확인서류 등을 첨부해야 한다.

대출금 상환은 2년 이내 일시상환 방식이며 두 번 연장이 가능하므로 최장 6년까지 이용할 수 있다. 다만 대출기한을 연장할 때는 원금의 20%를 갚거나 0.5% 포인트의 가산금리를 적용받게 된다.

한편 저소득 전세자금의 경우에는 연간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2배 이하인 영세민 가운데 지자체의 추천을 받은 세입자가 연 2%의 싼 이자로 빌릴 수 있으며 15년 분할 상환 조건이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