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권위 있는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대륙 황사바람 곧 한반도 휘감는다'라는 제목의 특집에서 한국 7대 산업의 경쟁력을 중국과 비교한 기사를 실었다. 조선 · 석유화학은 추월당하기 직전이고 반도체 · 전자 · 철강은 시간문제이며,자동차와 휴대폰만 상대적 안정권에 있다는 달갑지 않은 내용이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최근 '2010년 한국기업의 5대 불안 요인과 대응 방안'이라는 보고서에서 중국 기업의 추격으로 한국이 '신(新)샌드위치' 위기에 몰렸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성장 한계론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선진국형 산업인 원전(발전 포함),방위 · 항공산업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7대 산업의 뿌리 위에 '3대 신성장 산업'을 더하면 10년간 갇혀 있는 소득 2만달러의 벽을 뚫고 향후 20년 내 4만달러 국가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랍에미리트에서 얼마 전 사상 처음으로 원전을 수주,그 가능성을 입증했다.

'원전 · 방산 · 항공' 시장은 사실 무궁무진하다. 20년 내 중국에서만 120여기의 원전을 건설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최소 430기의 물량이 쏟아져 나온다. 1기 건설에 50억달러가 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2조달러(2200조원)가 넘는 달러밭이다. 세계 자동차 전체 시장(1500조원 추산)을 능가하는 규모다. 항공산업을 현재보다 10배만 키워도 매출이 200억달러(22조원)에 달한다. 잠수함 구축함 자주포 등 600억달러(66조원)로 추정되는 세계 방산 시장도 사정권에 있다. 원전과 방산에서 10% 이상의 점유율을 달성하고 항공산업에서 200억달러를 올린다면 4만달러 초석 놓기가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변무근 방위사업청장은 "현재 가지고 있는 기술만 제대로 발휘하면 10년 내 항공 · 방산 분야 세계 5위권 진입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도 "빈손에서 시작한 반도체가 일본을 꺾고 D램 시장의 60%를 석권했듯 3개 산업에서도 같은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가 아는 주요 선진국 치고 이들 산업에 약한 나라는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해낼 수 있다"는 제2의 이병철 · 정주영 정신이라는 지적이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