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1위 한국 조선이 그 자리를 중국에 내줬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영국의 조선해운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349만t을 수주해 전체 발주량의 44%를 기록,40% (315만t)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한 한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라섰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 내에서 발간되는 신문이나 지표들을 살펴보면 중국이 조선 세계1위를 달성했다는 얘기는 별로 없다. 결국 한국의 언론이 이러한 모양을 더욱 걱정하는 것 같다. 어떻든 중국이 한국을 추월(?)한 원인을 찾자면 먼저 중국 정부의 조선업 육성의지에 따른 자국발주 자국건조 원칙을 들 수 있다.

클락슨 통계 기준으로 2010~2012년 중국의 선주국별 인도 예정량을 보면 국내선 비중이 각각 19.4%,23.2%,38.6%로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금융지원이다. 지난해 금융위기 속 각국 금융회사들은 해운경기의 위축을 우려해 선주들에 대한 선박금융 규모를 급격히 줄인 반면 중국은 국내외 선주들에게 다양한 금융 및 세제 혜택을 주며 선박을 수주했다.

그러나 지난해 세계 해운 · 조선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세계 조선 1위가 가지는 의미는 크지 않다. 우선 지난해 세계 신조선 발주량은 약 787만t 정도로 2008년 대비 16% 수준이며 최대 발주량을 보였던 2007년과 비교하면 9%에 불과할 정도로 사실상 신조선 발주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말해 정상적인 시장 상황이 아니어서 세계 조선1위라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뜻이다. 일례로 지난해 한국은 86억달러 상당의 수주액을 기록했지만 중국은 74억달러에 불과했다. 그리고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량도 한국이 6760만t,중국이 6317만t으로 한국이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해운경기가 서서히 회복 조짐을 보임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한국 조선사들의 수주 활동이 활발하다.

한편으론 올해에 대형 해양플랜트 발주 계획들이 잡혀 있어 중국 조선사들과 격차를 벌릴 호재들도 많다. 여기에다 우리나라 조선소들이 에너지 효율적이며 친환경적인 선박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선주들의 요구를 미리 내다보고 신규 시장 창출을 위해 힘쓰고 있어 우리나라 조선업은 당분간 세계 1위를 굳건히 지켜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장섭 한국조선협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