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7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북쪽 해상으로 해안포를 발사하면서 향후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북한의 이번 무력시위는 최근 남측의 대북정책 기조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하면서 우리 정부와 미국에 대화를 압박하기 위해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 후계구도와 관련한 내부 체제 결속을 도모하려는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지난해 10월 남북적십자 실무접촉 개최 나흘 전 항행금지구역 선포 및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했지만 결국 회담에 나와 쌀과 비료를 요구했다"며 "북한은 자신들의 대화공세에 우리 정부가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자 빨리 호응하도록 압박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 정전체제의 '약한 고리'인 서해 NLL 문제를 부각시켜 평화체제 협상을 비핵화 협상과 병행하자는 자신들 요구를 미국이 수용토록 압박하려는 포석"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북한의 추가 도발이 없는 한 내달 남북간 실무회담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내달 1일 제4차 개성공단 실무회담이 예정돼 있다.

정부는 최근 북한이 제의해 온 금강산 · 개성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접촉을 내달 8일 열자고 수정 제의했다. 올 들어 양측은 대화에 방점을 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북한의 군사 도발에도 불구하고 내달 개성공단 실무회담과 금강산 · 개성관광 실무접촉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현재로서는 개성공단 실무회담(2월1일)을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지난해 대청해전에서의 패배와 대대적인 화폐개혁에도 경제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내부 체제 결속 차원에서 군사적 도발을 감행했다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