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우리는

마침표 하나 찍기 위해 사는지 모른다

삶이 온갖 잔가지를 뻗어

돌아갈 곳마저 배신했을 때

가슴 깊은 곳에서 꿈틀대는 건

작은 마침표 하나다

그렇지, 마침표 하나면 되는데

지금껏 무얼 바라고 주저앉고

또 울었을까

소멸이 아니라

소멸마저 태우는 마침표 하나

비문도 미문도

결국 한 번은 찍어야 할 마지막이 있는 것,

다음 문장은 그 뜨거운 심연부터다

아무리 비루한 삶에게도

마침표 하나,

이것만은 빛나는 희망이다


-황규관 '마침표 하나' 전문


출근길에 만난 60대 할머니 기사님 왈. "18년 전 부도를 맞고 택시를 몰고 있는데 지난 연말 개인파산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져 빚부담이 없어졌습니다. 너무 좋아요. " 생계를 위해 길들여진 '난폭운전'은 바뀌지 않았지만 밝은 표정과 목소리에서 행복이 묻어나오는 걸 살짝 느꼈다. 마침표를 제때 찍지 못하면 문장이 허접스러워진다. 새 문장도 마침표를 찍어야 시작할 수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 아무리 비루한 삶이라도 마침표 하나로 희망을 싹틔울 수 있는 것을.

남궁 덕 문화부장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