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폭력조직 마피아가 경제위기 와중에서도 꾸준히 성장한 최고의 '경영 달인'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 이탈리아의 한 유력 기업협회가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지난해 이탈리아 경제성장률이 -5%를 기록했지만 마피아만은 비용을 절감하고 매출도 증가해 위기에 잘 적응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 보고서는 마피아가 지난해 조직적으로 관여한 각종 '사업'의 매출이 전년 대비 3.7% 늘어난 1350억유로(약 190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정했다. 5개 주요 마피아 조직의 매출만 해도 이탈리아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7%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주식회사 마피아'가 순항을 계속할 수 있는 배경으로는 사업 기반이 철저하게 '현금 장사'라는 점이 꼽혔다. 자금 사정이 급하면 더러운 돈일지라도 사람들이 마피아 자금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정상적인 금융권 대출이 막힌 사람들은 마피아가 운영하는 하루 최대 10%대의 고리대 사채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또 이탈리아 각지의 16여만개 주요 상가와 기업에서 거둬들이는 '보호세'도 경기와 상관없이 일정한 수입을 창출하고 있다. 여기에 600억유로 규모로 추정되는 담배와 각종 마약 관련 사업도 경기와 큰 상관이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마피아 경제에 정통한 사업가인 마르코 벤투리는 "정부의 대대적인 마피아 검거 노력에도 불구하고 마피아의 경영수지는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별다른 저항 없이 각종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도 마피아 경제만의 강점으로 꼽혔다. 지난해 '주식회사 마피아'가 자체 '임금' 지급과 관련해 사용한 비용은 전년 대비 5억유로나 줄어든 12억유로로 추정됐다. FT는 "마피아는 폭력조직이면서도 동시에 거대 기업이자 대형 금융사가 돼버렸다"며 "합법을 가장해 많은 회사의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