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왜 아바타 같은 영화가 안 나오는지 아세요?"

김용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54)은 지난 27일 기자간담회에서 대뜸 아바타 얘기를 꺼냈다. 김 원장은 "결국 교육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바타를 만든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어릴 때부터 직접 캠코더를 들고 이것저것 찍어보고 마음껏 상상력을 키웠다"며 "그런 게 뒷받침되니까 아바타 같이 창조적인 영화가 나오는 것인데 우리는 'OX식' 교육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 현실에 대한 불만 때문일까. 김 원장은 최근 '테크놀로지의 세계'라는 중학교 기술 교과서를 펴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검정한 기존 교과서와 달리 이야기 중심으로 쉽고 재미있게 쓰여진 게 특징이다. 예컨대 '루이 14세는 작은 키를 감추기 위해 하이힐을 신었다'는 에피소드로 중세부터 현대까지 하이힐의 유행을 설명하고,'한국이 MP3 플레이어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도 특허료를 못 받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지식재산권을 소개하는 식이다.

그는 "지금 기술 교과서는 너무 딱딱하고 현장감이 없다"며 "학생들이 기술에 흥미를 갖게 하는 교과서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물론 그가 직접 교과서를 쓴 것은 아니다. 집필은 대학교수와 현직 중학교 기술 교사들이 맡았다. 하지만 '재미있는 기술 교과서를 만들자'는 아이디어와 교과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아이템 하나하나에는 그의 손길이 묻어 있다. 김 원장은 앞으로 고등학생용 기술 교과서도 만들 계획이다. 그래서 진흥원이 만든 교재를 원하는 중고등학교 교사나 학생들에게 배포해 기존 교과서의 보조 자료로 활용하도록 할 생각이다.

김 원장은 "한국의 R&D는 기능 개선에는 강하지만 새로운 것,창의적인 것은 못한다"며 "한국에서 구글이나 아마존이 안 나오는 것도 어릴 때부터 제대로 된 기술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R&D를 잘하려면 정부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김 원장은 "R&D 예산에 아예 '생각비' 같은 항목을 넣어서 연구원들이 창의적인 일에 시간을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직원들에게는 연극비를 주고 연극을 보게 한다든지 문과 출신과 이과 출신이 같이 연극을 만들어 보도록 하기도 한다"며 "기술만 가르치지 말고 인간과 철학을 가르쳐야 좋은 기술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김 원장은 행시 23회 출신으로 지식경제부 전신인 산업자원부 차관보를 지냈다. 작년 5월부터 산업기술진흥원장을 맡고 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