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할 때 노자는 겸허함이야말로 진정한 가치라고 말한다. '행함(爲)'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에 그는 '행하지 않음(無爲)'을 권한다. 또한 움켜쥐어야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할 때 그는 놓아주고 인내하라고 이른다. '

세인트존스대 교수인 웨인 다이어.《행복한 이기주의자》로 베스트셀러 저자가 된 그가 2500년 전의 노자를 들고 다시 나타났다. 그는 《서양이 동양에게 삶을 묻다》에서 《도덕경》의 81가지 가르침을 현대 사회에 접목한다.

무위사상을 설명하는 과정에서는 "이 교훈들을 실생활에 적용해 나가면서 얼마나 심오한 것들인지 알게 될 것이며 동시에 그 단순함과 자연스러움에 깜짝 놀랄 것"이라면서 "굳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본능에 따라 적절히 듣고 행동하면서 조화롭게 살도록 자신을 놓아주기만 하면 된다"고 말한다.

무엇이 《도덕경》을 21세기의 새로운 경전으로 만들었을까. 눈에 보이는 양적 성장에만 치중해온 서양인들의 삶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늘 감사하는 마음속에서 도(道)를 행하는 습관이야말로 우리를 만족스러운 삶으로 이끈다. 우리는 개인적인 욕망이 아닌,도에 중심을 둔 의문을 품어야 한다. "

그는 《도덕경》 원문에 대한 해석과 함께 에세이를 곁들이며 하나 된 삶,영원한 삶에 대한 깨달음을 전하고 상대적 결핍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준다.

"하나 된 삶을 살라.모든 것을 선과 악 또는 옳고 그름으로 구분 짓는 그릇된 성향을 버리고 조화로운 세상에 발을 들여놓아라." "행복해지는 방법은 없다. 행복은 그 여정에 있는 것이다. " "물처럼 살라.…물처럼 흐를 때 자연의 이치에 따라 소통할 수 있다. 지식은 교환되고 학문은 모든 이를 이롭게 하는 방향으로 진보한다. "

그는 "통제하려는 마음을 버리라"는 가르침을 놓고 '다른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비난과 좌절에 직면했을 때 잠시 멈추고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정신적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또 사람들과 만물의 내면 깊은 곳에 숨은 덕을 믿고 그 힘 안에서 보호받는 느낌을 받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며,모든 것을 소유하기보다는 돌보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그의 책은 출간되자마자 인터넷서점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 책에는 자기경영 전문가인 구본형씨의 해제도 담겨 있다. 그는 10편으로 구성된 '구본형의 노자 읽기'를 통해 서양인들이 《도덕경》에서 미래의 메가트렌드 3가지를 발견했다고 말한다. 그것은 오래됨의 지혜(고령화시대,노인에게 삶을 배움),여성성(포용적 태도),자연(로하스,에코)이다.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진리를 담고 있으며,여성의 포용과 자애로움을 높게 여기고,물이 흐르는 방식대로,자연의 흐름대로 사는 삶을 일깨우면서 현대 사회 문제의 해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서양의 문명은 불균형 상태에 있고,그들은 협동보다는 경쟁을 선택했으며,보전보다는 확장을 택해 왔고,직관적 깨달음보다는 합리적 지식을 추구했으며,융합보다는 자기주장에 몰두했다"며 "이런 일방적인 발전은 생태적으로 사회적으로 도덕적으로 치명적인 위기에 다다르게 되었다"고 지적한다. 《도덕경》을 '노자의 무위경영'으로 풀어내면서 또 다른 응용과 실천의 길로 안내하는 그의 글맛도 쏠쏠하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